독일 와인은 그 기원을 고대 로마 제국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독일 와인을 대표하는 포도 품종인 리슬링을 사용한 와인은 19세기 말에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가의 와인 중 하나였습니다. 한편,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독일산 단 와인이 선호되어 현재도 독일 와인이라고 하면 단 와인의 이미지가 강한 측면이 있습니다. 아직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와인에 비해 덜 알려졌다고 할 수 있는 독일 와인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목차
독일 와인의 특징
세계의 와인 생산지 중에서 독일은 가장 북쪽에 있습니다. 그 때문에, 비교적 냉랭한 기후에 적합한 화이트 와인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 드라이한 맛부터 달콤한 귀부 와인까지 폭넓게 생산되고 있습니다. 한편 레드 와인도 품질 향상과 함께 최근 몇 년 인기도 높아지고 생산량도 4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독일 와인은 과일 맛과 향기를 가진 알코올 도수가 낮은 우아한 타입과 나무통을 사용하여 양조해서 맛이 중후하고 복잡한 타입의 2종류가 있습니다. 전자의 대표격인 리슬링을 사용한 와인은 최근 특히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았으며, 후자의 경우인 피노 누아의 생산량도 프랑스와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자랑합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독일 와인은 앞으로 점점 인기가 높아질 거로 생각합니다.
독일에서 재배되는 주요 포도 품종
화이트 와인 품종
■ Riesling(리슬링): 독일 와인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품종으로, 드라이한 맛부터 단맛까지 종류가 다양하고 범위가 넓은 품종입니다. 산도가 강하고 과일 맛이 풍부하며, 때에 따라서는 장기 숙성에도 적합합니다.
■ Müller-Thurgau (뮐러-투르가우): 예로부터 존재하는 교배종 백포도입니다. 비교적 저렴한 와인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품종이지만, 와이너리에 따라 훌륭한 드라이한 와인이 되기도 합니다.
■ Silvaner(실바너): 실바너는 오스트리아에서 유래한 품종이지만 17세기 중반 무렵에 독일 프랑켄(Franken) 지역으로 건너온 전통적인 품종입니다. 프랑켄 지역에서는 실바너는 드라이한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 Weissburgunder (바이스부르군더): 바이스부르군더는 피노 블랑의 독일식 이름입니다. 바덴 지구, 팔츠(Pfälzer) 지구, 나에 지구에서 훌륭한 드라이 와인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 Grauburgunder (그라우부르군더): 이건 피노 그리(Pinot gris)의 독일 이름입니다. 이쪽도 바덴 지구, 팔츠(Pfälzer) 지구, 프랑켄(Franken) 지구에서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는 품종으로 상쾌하고 맑으며 산미가 있는 와인입니다.
■ Traminer(트라미너): 게뷔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의 독일명입니다. 오렌지, 감귤 등의 상큼한 맛이 인상적이고 장미 향기가 가득한 향기로운 와인을 낳습니다.
레드 와인 품종
■ Spätburgunder(슈페트부르군더): 피노 누아의 독일 이름으로, 라인가우(Rheingau) 지역에서 처음 재배된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레드 와인 품종입니다.
■ Dornfelder(도룬펠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적포도 품종으로 체리와 라즈베리 향이 풍부하고, 색감이 진한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 Portugieser(포르투기저): 예전에는 널리 재배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인기가 감소 추세인 품종입니다. 원산지는 포르투갈이지만, 합리적인 금액대의 와인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일 와인 등급 표기법
독일 와인은 포도의 완숙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집니다. 햇빛 부족을 보충하고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발효 전에 당을 보충하는 와인도 있지만, 보충이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잘 익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특히 고급 와인으로 평가합니다.
EU 내 모든 국가의 와인 등급은 테이블 와인과 고급 와인으로 나뉩니다. 독일에서는 테이블 와인과 고급 와인을 다음 4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 Deutscher Wein(도이처 바인): 독일산 와인으로 독일 국내에서 인가를 받은 산지와 품종의 포도를 100% 사용한 와인을 뜻합니다. 명칭(아펠라시옹, appellation)을 표기할 필요는 없지만 포도 품종과 빈티지는 표기할 수 있습니다.
■ Landwein(란트바인): 토속주이며 26개의 지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기본적으로는 드라이하거나 미디엄 드라이 와인으로만 한정됩니다.
■ Qualitätswein 혹은 QbA(퀄리태츠바인 베슈팀터 안바우게비테): 특정 산지의 퀄리티 와인으로, 13의 지정 생산지에서만 만들어집니다. 최저 알코올 도수는 7%로 정해져 있으며, 당 보충이 가능합니다.
■ Prädikatswein(프라디카츠바인): 슈페리어 퀄리티의 고급 와인으로, 특히 수확 시점에서 높은 당도를 가진 포도로 만들어지며 도수를 높이기 위한 당 추가가 금지됩니다. 게다가 포도의 당도와 수확 방법에 따라 6가지 칭호가 있습니다.
- Kabinett(카비네트): 이 등급에는 드라이한 맛부터 단맛까지 있어, 알코올 도수는 10% 이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젊은 와인은 상쾌한 맛이지만, 양질의 리슬링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숙성도 가능합니다.
- Spätlese(슈페이트레이제): 늦게 딴 완숙한 포도만을 사용해야 이 등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최저 알코올 도수는 11%로 정해져 장기 숙성이 가능합니다.
- Auslese(아우스레제): 완숙한 포도송이 혹은 귀부균이 붙은 포도가 사용됩니다. 최저 알코올 도수는 12%입니다.
- Beerenauslese(베렌아우스레제): 선별한 귀부 포도로부터 만들어지는 고귀한 단맛 와인으로, 최저 알코올 도수는 14.5%입니다.
- Trockenbeerenauslese (토로켄베렌아우스레제): 독일 와인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와인으로 TBA로 줄여서 말하기도 합니다. 귀부 포도에서 만들어지는 최고급 귀부 와인으로, 세계 3대 귀부 와인의 하나로 꼽힙니다. 최저 알코올 도수는 20%로 모든 단계는 수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 Eiswein(아이스 와인): 자연적으로 얼어버린 포도로 만드는 응축된 단맛 와인입니다. 프레디카츠바인(Prädikatswein)이지만 등급 서열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최저 알코올 도수는 5.5%입니다.
독일 와인의 주요 산지
독일 와인의 지정 생산 지구는 13개입니다. 그 대표적인 지구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모젤(Mosel)
독일에서 가장 역사가 있는 유명한 와인 생산지 중 하나입니다. 코블렌츠(Koblenz)에서 라인(Rhein)강과 합류하는 모젤강과 그 2개의 지류인 자르(Saar)강과 루버(Ruwer)강의 3개의 강 유역에 있는 생산지입니다. 재배되고 있는 포도 품종 중, 리슬링(Riesling)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급사면의 밭도 많이 존재하고, 그중에는 경사각 70°가 되는 밭도 있습니다. 와인은 과일의 풍부한 향을 가지고 섬세한 산미가 특징입니다.
- 대표적인 와인
Bernkasteler Doctor Riesling (베른카스텔러 닥터 리슬링): 14세기 어느 약을 먹어도 약효가 없었던 트리어(Trier)의 대주교 베문트 2세의 병을 치료하고, “닥터”의 이름을 받았다는 전설로 유명한 밭에서 만들어집니다.
라인가우(Rheingau)
위스바덴(Wiesbaden)의 서쪽 라인 강 유역에서 마인(Main)강 하구 근처의 호흐하임(Hochheim)에 이르는 남향으로 햇볕이 잘 드는 경사지의 토지입니다. 토양에 황토층과 점판암이 섞여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의 포도 품종은 리슬링이 75%를 차지해, 강력하고 우아한 와인으로 완성됩니다. 레드 와인은 슈페트부르군더(Spätburgunder) 등급의 품질 좋은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입니다.
- 대표적인 와인
Schloss Johannisberg Riesling (슐로스 요하니스버그 리슬링): 817년에 시작되어 9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리슬링 와이너리라고 합니다.
라인헤센(Rheinhessen)
독일 최대의 와인 생산지대입니다. 보름스(Worms), 마인츠(Mainz)와 빙겐(Bingen)으로 라인강이 흐르면서 크게 ‘ㄱ’자로 꺽이는 광대한 지역입니다. 주로 재배되고 있는 품종은, 백포도는 뮐러-투르가우(Müller-Thurgau)와 리슬링, 적포도는 도른펠더(Dornfelder)이지만 실버너(Silvaner)의 재배 면적이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것도 주목해야 할 점입니다. 완만한 구릉지대에 둘러싸인 지역에서 토양은 황토층에 석회암과 사암이 섞인 미립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와인은 아주 부드러운 과일의 풍미가 가득한 것이 특징입니다.
- 대표적인 와인
Morstein Riesling (몰슈타인 리슬링): 라인 헤센 남부에 위치한 베스트호헨(Westhofen) 마을에서 만들어진 훌륭한 장기 숙성의 와인입니다.
프랑켄(Franken)
‘맥주의 고장’ 바이에른에 속하는 유일한 와인 생산 지역입니다. 마인강 양안의 경사면에 있으며, 토양은 황토층, 석회, 사암으로 구성됩니다. 주로 뮐러-투르가우(Müller-Thurgau), 실버너(Silvaner)가 재배되어 깔끔하고 드라이한 와인이 나오는 지역입니다. QbA 이상의 와인에는 박스 보이텔이라는 독특한 병이 사용됩니다.
- 대표적인 와인
Würzburger Stein Silvaner(뷔르츠부르거 슈타인 지르바나): 독일을 대표하는 문호인 괴테가 사랑한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바덴(Baden)
독일 최남부의 와인 생산지대입니다. 북쪽의 하이델베르크에서 남쪽의 보덴 호수까지 이어지는 지역으로, 대부분의 밭은 평지 또는 완만한 경사를 이룹니다. 토양은 황토층, 점토질의 미립토, 화산암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은 감칠맛이 있는 강력한 와인이 태어나고, 레드 와인은 둥글고 부드러운 것부터 강력한 것까지 다양합니다.
- 대표적인 와인
Oberbergener Bassgeige Grauburgunder(오버베르게너 바스가이게 그라우부르군더):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제작자가 피노 그리에서 만드는 훌륭한 드라이 와인입니다.
팔츠(Pfalz)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생산지역으로 기후가 온난한 지역이며 세계 최대의 리슬링 와인 생산 지입니다. 광대한 지역인 만큼 토양의 질의 차이에 따라, 기분 좋은 향기와 풍미가 있는 와인, 가볍고 신선한 와인, 강력한 강렬한 와인 등, 다양한 개성의 와인이 태어납니다.
- 대표적인 와인
Knipser Grauburgunder(쿠닙사 그라우부르군더): 포도를 새로운 통에 숙성하는 양조자에 의해 생산된 우아하고 드라이한 와인입니다.

독일 대표 와이너리
■ Weingut Egon Muller-Scharzhof(바인구트 에곤 뮬러 샤르츠호프)
모젤을 대표하는 독일 최고의 리슬링 생산자입니다. 피니쉬와 세련미, 정밀함에 있어서 세계의 어느 와인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 Weingut Robert Weil(바인구트 로버트 바일)
150년의 역사가 있는 라인가우의 명문 와이너리입니다.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사랑한 밭 “백작의 산”이 유명하고 섬세하고 우아한 깊이있는 맛을 만들어냅니다.
■ Weingut Rudolf Fürst (바인구트 루돌프 퓌르스트)
프랑켄의 슈페트부르군더의 명문 와이너리입니다. 프랑스의 부르고뉴나 알자스에서 양조 경험도 있는 생산자가 나무통에서 숙성한 멋진 레드 와인을 생산합니다.
■ Weingut Dr.Bürklin-Wolf(바인구트 Dr.뷔르크린·볼프)
팔츠(Pfalz)에 있는 뷔르크린·볼프 박사의 와이너리입니다. 110ha의 양질의 밭에서 리슬링을 중심으로 뮐러-투르가우, 슈페트부르군더 품종도 재배합니다. 숙성은 나무통에서 하며, 약 절반이 미디엄 드라이 또는 드라이한 와인이 됩니다.
추천 와인
■ Scharzhofberger Auslese(샤르쵸프베르거 리슬링 아우스레제)
농밀한 입맛에 매우 고귀한 꿀 같은 단맛, 놀라운 미네랄의 맛을 느끼게 하는 맛이 인상적인 와인입니다. 과일계의 디저트나 크림치즈 등과 페어링하면 좋을 와인입니다.
■ Kiedricher Gräfenberg Riesling Spatlese(키트리히 그레이펜베르크 리슬링 슈페트레이제)
모젤의 리슬링보다 농밀하며 단맛이 풍부하지만, 스모키함과 드라이함이 느껴지는 우아한 와인입니다.
■ Ahrweiler Rosenthal Spätburgunder GG(아르빌라 로젠탈 슈페트부르군더 GG)
슈페트부르군더로 만든 희소가치가 높은 레드 와인입니다. 우아하고 섬세한 맛을 위해 오리와 붉은 생선 외에 매운 치즈와도 매우 잘 어울립니다.
오늘은 독일 와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포도의 본래 맛이 정직하고 순수하게 표현되는 것이 독일 와인의 특징이며, 그 중에서 가장 백미는 화이트 와인, 그중에서도 리슬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선한 산미와 단맛의 균형, 맑고 상쾌한 깔끔함이 일품이어서 독일의 리슬링은 화이트 와인 애호가 사이에서 유명합니다. 색다른 와인에 도전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독일 와인을 한 번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