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와인 유기농 와인 바이오다이나믹 와인 오가닉 와인

내추럴 와인이란? 일반 와인과 차이점, 친환경 와인 종류 3가지

근래 와인 산업에 불었던 트렌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추럴 와인’의 유행일 것입니다. 건강과 자기 몸을 가꾸는 문화가 그동안 잔잔했던 와인 업계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요. 내추럴 와인이 기성 와인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종류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내추럴 와인 유기농 와인 바이오다이나믹 와인 오가닉 와인
출처: mysa.wine

내추럴 와인 vs 일반 와인, 차이점은 뭘까?

그렇다면 내추럴 와인은 일반 와인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요? 내추럴 와인은 와이너리에서 어떤 것도 첨가하지 않고 전통적인 발효기법으로 만든 와인을 말합니다. 또한, 내추럴 와인은 양조 과정뿐만 아니라, 포도 재배 과정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포도 재배 과정부터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들어 내는 와인을 뜻합니다. 일반 와인에는 안정적으로 대량생산 하기 위해서 화학적 보존제, 감미료, 착색제 등을 추가하지만, 내추럴 와인은 자연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생물을 활용합니다. 그러나 흰 달걀, 효모, 레닛(rennet, 우유를 치즈로 만들 때 사용하는 응고 효소) 등과 같은 자연 첨가물은 사용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생산 지역에 따라 내추럴 와인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경우엔 오가닉 와인을 ‘유기농 재배한 포도에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고 만든 와인’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유럽과 캐나다에서는 ‘유기농 재배로 키운 포도이지만 이산화황은 첨가할 수도 있습니다’고 규정합니다. 아무래도 유럽이나 캐나다는 이산화황이 첨가되지 않으면 와인이 금방 변질되고 맛도 달라지기 때문에 첨가를 불가피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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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내추럴 와인의 종류 3가지

내추럴 와인, 유기농 와인,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은 모두 친환경 와인이지만 조금씩 다릅니다. 그럼, 하나씩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유기농 와인(organic wine)

유기농 와인은 화학비료, 농약, 살균제 및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의 원칙에 따라 재배한 포도로 생산한 와인을 뜻합니다. 2009년 이후로 2017년까지 비유기농 와인의 소비가 매년 2% 전후로 증가하였지만, 유기농 와인은 같은 기간 동안 매년 3.5%의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였습니다. 2017년 말 현재 세계 전체에 유기농 와이너리의 수가 1,600~2,500개 사이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유기농 와인에 대한 법률적 정의는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이에 대한 국가들의 근본적 차이는 와인 양조 과정에서 보존제의 첨가 여부 또는 사용량입니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보존제는 아황산염이라고도 하는 이산화황(sulfur dioxide)인데, 이것은 와인의 발효와 숙성의 과정에서 변색과 오염을 방지하고 발효를 지연시키거나 정지시키는 안정화를 위해 수천 년 전부터 전통적으로 사용되었던 물질입니다.

유럽과 호주는 유기농 와인을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규정하고, 대체로 보존제의 사용 여부와 양에 대한 법적인 규제나 기준이 없습니다. 와이너리들의 자율에 맡기고 있는 것이죠. 이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이산화황의 함유량이 리터당 10mg 이하인 경우에만 레이블에 유기농 와인이라고 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인 통제가 없는 국가들의 대부분 유기농 와이너리들도 이산화황을 비롯한 첨가물의 양을 자율적으로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2. 내추럴 와인(natural wine)

최근에는 건강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소비자들이 유기농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것은 물론 양조 과정에서 인위적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한 와인이 출시되고 있는데, 이런 와인을 내추럴 와인이라 합니다. 이 와인은 인위적으로 이스트를 투입하지 않고 포도 껍질에 있는 자연 상태의 이스트만으로 발효하거나, 발효 후에 발생하는 이스트 찌꺼기를 와인에서 걸러내는 여과 과정을 생략해 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것은 보존제인 이산화황의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점입니다. 내추럴 와인의 보존제 사용허용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프랑스의 내추럴 와인 협회(Association des Vins Naturels)는 리터당 30mg 이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와인의 이산화황 함유량에 대한 규제는 국가와 와인의 잔류당의 양에 따라 리터당 200~500mg 이하로 첨가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 정도의 양으로는 특이한 이산화황 과민성 천식 환자를 제외하고는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산화황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와인을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개발되어, 대부분의 비유기농 와인도 이산화황의 함유량이 리터당 50mg 이하입니다.

3. 바이오다이나믹 와인(biodynamic wine)

1920년에 오스트리아 철학자인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1861~1925)가 창안한 농법으로 관리하고 재배한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을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이라 합니다.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의 기본 개념은 농장을 스스로 자생하는 하나의 유기체’라고 보고 친환경 비료 및 거름도 외부가 아닌 농장 내에서 만든 것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도밭에서 포도만 기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식물들을 키워 생물다양성을 높여서 농장 전체를 하나의 독립적 생태계로 조성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은 우주론적 철학과 점성술에 의해 달과 별의 움직임에 따라 포도 농사를 짓고 와인을 양조하며 병에 넣는 시점을 지킬 것을 요구합니다.

더욱이 거름을 만들고 주는 방법도 특이한데, 염소의 배설물을 소의 뿔에 넣어 땅에 묻고 겨울을 난다거나 다양한 식물을 동물의 뼈나 소의 창자에 넣고 땅에 묻어서 숙성시킨 후에 퇴비로 쓴다는 등입니다. 주술적이며 맹신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이런 농법에 따라 포도밭을 경작하여 인증을 받은 와이너리가 2013년 기준으로 세계 전체에서 무려 700여 곳에 이른다니, 조금은 놀랍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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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와인은 정말 건강에 안 좋을까?

어떤 사람은 내추럴 와인이 순수하고 열매 본연의 신선한 맛을 준다고 말하지만, 이 부류의 와인은 변질 우려가 있어서 식초 맛이 난다거나 향과 맛이 밋밋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고 내추럴 와인의 옹호자들은 이산화황의 사용이 소량일수록 다음날 숙취가 줄어든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이 성분이 숙취의 원인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산화황이 음주 후에 다소의 두통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그다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숙취는 와인에 들어 있는 페놀과 화이트와인의 산성 성분도 원인이 되며, 무엇보다 숙취의 가장 주요하고도 근본적인 원인은 알코올이라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추럴 와인이라는 말이 마케팅을 위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와인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어차피 내추럴 와인도 결국 알코올이 들어있는 술이기 때문입니다. ‘건강을 위하여 내추럴 와인을 선택한다 해도, 아예 술을 안 마시는 것이 훨씬 건강에 유익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