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스페인의 레드 포도 품종인 템프라니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생산량으로 보았을 때 3대 와인 생산국에 해당하는 국가입니다. 따라서 포도 품종도 다양한 편인데요, 이 중에서도 템프라니요는 섬세하고 향기가 우아해서 스페인을 대표하는 적포도 품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템프라니요 역사와 특징
템프라니요는 스페인 북부가 원산지인 레드 와인용 적포도입니다. 이름은 스페인어 ‘temprano=조숙한, 이른’에서 유래했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재배되는 다른 포도 품종들보다 빨리 성숙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스페인의 와인의 역사는 기원전 1100년경~500년경에 스페인 동해안 전역을 정복한 고대 로마인과 페니키아인이 자신들의 고향에서 포도나무와 양조 기술을 스페인으로 들여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템프라니요도 이베리아반도에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7세기에는 미대륙에도 포도 품종이 전달되었고, 20세기 후반에는 포도 품종의 재배 면적이 확대되어 중후한 맛보다는 가벼운 맛의 와인도 양조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포도의 특징은 과립이 약간 작고 껍질은 두꺼워서 흰가루병(powdery mildew)에 대해선 취약하지만 곰팡이병(eutypiosis)에는 강하고 다른 품종에 비해 싹이 늦게 트기 때문에 봄의 서리 피해는 피해 가는 편입니다. 또한 재배 기간이 여름부터 9월 초가을까지로 매우 짧습니다. 다만, 조금 냉랭한 기후 아래서 재배하는 것이 고급스러운 향기와, 우아함, 그리고 장기 숙성에 필수적인 산도를 높이는 데 좋습니다. 이 품종은 어떠한 기후와 흙에서도 잘 적응하기 때문에 이베리아반도 각지에서 재배되고 있어서, 지역별로 특징이 모두 다르고 80여 개가 넘는 독자적인 호칭이 존재합니다.
맛은 어떨까?
템프라니요는 산도가 높고 풍부하며, 타닌이 매끄럽고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 장기 숙성이 가능한 포도 품종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고 산미가 적당히 있어 기분 좋은 섬세함과 신선함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색깔은 밝은 루비색부터 숙성기간에 따라 갈색빛도 띠고 있습니다. 향은 딸기, 체리, 자두 등의 검은 과실 향이 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무화과, 담배, 가죽, 나무 향이 나며 타닌도 점점 부드러워집니다. 또한 생산지가 다양한 만큼, 생산자에 따라 만드는 기법도 다양해서 지역이나 국가별로 맛과 향기의 종류가 많습니다.
전통적인 낡은 오크 통에서 장기 숙성된 와인은 통의 향기가 와인에 배여서 타닌도 부드러우면서 깊이감이 있고 담배나, 나무껍질, 부엽토 등의 풍미가 우러나와서 복잡하면서 드라이한 풀바디 와인이 됩니다. 그러나 통을 사용하지 않고 병에서 숙성시킨 것은 과일 향이 강한 와인이 되며 블루베리, 체리, 딸기 등의 검은 과일의 화려한 풍미와 계피 등의 드라이하면서 달콤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미디엄 바디의 와인이 됩니다. 마실 때는 와인 저장 온도보다는 조금 높은 온도에서 디캔팅 한 다음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와인잔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마시는 기본 와인잔에 마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대표적인 산지
템프라니요의 재배 면적 대부분은 스페인과 이웃 국가인 포르투갈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스페인 리오하(Rioja)와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 그리고 나바라(Navarra)와 발데페냐스(Valdepeñas)는 최고급 템프라니요 와인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리오하(Rioja)는 수도 마드리드의 북동쪽으로 250km에 위치한 스페인을 대표하는 와인 산지입니다. 로마 제국 이전부터 와인산업이 발달한 곳으로 유서가 깊은 곳입니다. 남서쪽으로는 데만다(La Demanda) 산맥이 있어 메세타(Meseta) 고원에서 불어오는 건조하고 뜨거운 여름의 바람을 차단해 주고, 북쪽에는 칸타브리아(Cantabria Mountains)산맥에 의해 비스케이(Biscay)만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북서풍을 막아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은 온난하고 겨울은 상대적으로 온화해서 템프라니요 포도 품종이 자라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이 지역의 재배 면적의 50%가량을 차지하는 리오하 알타(Rioja Alta)는 철분이 많은 점토질의 토양으로, 여기서 재배된 포도는 제대로 골격을 가지고 있으며 높은 장기 숙성 잠재력을 지니게 됩니다. 1991년에 리오하는 스페인에서 10년간 최고의 품질을 유지한 지역에만 수여하는 DOCa(Denominacion de Origen Calificada) 등급을 획득했습니다.
리베라 델 두에로는 마드리드 이북에 펼쳐지는 카스티야(Castilla) 이레온(Leon) 주에 위치한 와인 산지입니다. 이 지역은 리오하와 다르게, 기후가 혹독하고 극단적입니다. 여름은 건조하고 뜨거운 혹서기이며, 겨울은 매서운 추위가 느껴지는 대륙성 기후가 특징입니다. 큰 온도 차로 인해서 이 지방 템프라니요는 응축된 강렬한 풍미를 지닙니다. 리베라 델 두에로는 스페인 3대 와인 산지 중 하나로, 1982년에 DOC는 스페인 와인 품질 등급 중 최상급에 해당하는 DOCa(Denominacion de Origen Calificada) 등급을 획득했습니다.
잘 어울리는 요리는?
템프라니요는 산미가 제대로 느껴지고 벨벳 같은 타닌을 지닌 스페인 와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스페인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스페인 생햄인 이베리코 하몽(Jamon)과 궁합이 최고입니다. 생햄의 짠맛과 입 안에서 녹는 지방의 맛이 와인의 신맛과 훌륭하게 균형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베리코 돼지를 사용한 삶은 요리나, 숙성 돼지구이 등에도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만약 와인이 풀 바디의 중후하고 숙성된 맛을 가졌다면 쇠고기 요리나, 스테이크와 페어링하시면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스페인은 또한 토마토 요리가 많은데, 신맛이 돋보이는 템프라니요와 토마토의 산미가 잘 어울립니다. 토마토, 후추, 오이 등으로 만든 차가운 스페인 수프인 가스파초(gazpacho)와 같은 간단한 토마토 요리부터, 라따뚜이와 같은 토마토와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스튜, 아라비아타 등의 매운 토마토 파스타와도 잘 어울립니다. 또한 젊은 와인인 경우 만체고 치즈와 함께 곁들이면 간단하지만, 훌륭한 오후 간식이 될 수 있습니다. 스키야키와 같은 일식 요리에도 잘 어울립니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서는 맛있는 템프라니요 와인을 $20 이하의 금액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가정에서도 자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추천 템프라니요 와인 5가지
- Marques de Murrieta Reserva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레제르바
스페인 리오하의 정점에 있는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것으로, 와이너리만의 스타일과 개성이 집약되어 있는 주력 와인입니다. 풍부한 과일즙의 맛과 우아한 바닐라와 향신료의 풍미가 고급스러우며 템프라니요의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습니다. - Bodegas Y Vifiedas Alion 보데가스 이비뉴도스 아리온
산지: 스페인 카스티야 이레온 주
특징: 전통적인 스페인 와인과는 조금 달라, 강력하면서도 우아함도 충분히 가진 마무리가 인상적입니다. 숙성된 과일의 달콤한 향기에 살짝 드라이한 향기와 부드러운 타닌과 떫음, 초콜릿 같은 쓴맛과 검은 후추 같은 매운맛이 특징으로 긴 여운을 즐길 수 있습니다. - Castillo YGAY Gran Reserva Especial 카스티요 이가이 그란 레젤바 에스페셜
산지: 스페인 리오하 알타 지구
특징: 좋은 해만 생산되는 특별한 와인. 강력하고 우아하고 응축된 향기로운 과일 맛 속에 향신료, 은은한 스모키함, 송로버섯 등 복잡한 요소를 겸비한 강력하고 우아한 맛입니다. - Marques de Riscal Riscal Tempranillo 마르케스데리스칼 리스칼 템플라니요
산지: 스페인 리오하 주
특징: 바닐라 풍미의 향기가 기분 좋고, 자두와 블랙 체리, 후추 향, 충분한 감칠맛과 부드러움이 있고, 맛도 우아하고 품위 있는 마무리를 가진 와인입니다. - Bodegas Vega Sicilia Unico 보데가스 베가 시시리아 우니코
산지: 스페인 카스티야 이레온 주
특징: 포도 재배가 잘된 해에만 생산되는 특별한 와인이며, 10년 이상의 숙성을 느끼게 하지 않는 생생한 과일의 향기, 맛, 타닌의 세밀함은 매우 우아하고 기품 있는 맛입니다.
맺음말
템프라니요는 이베리아반도뿐만 아니라 스페인 각지는 물론 캘리포니아 등에서도 성공적으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토양과 생산자의 개성을 느낄 수 있으며 자신만의 취향과 요리에 맞게 페어링하기에도 좋은 와인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스페인 와인 중에 대표 품종인 템프라니요 와인을 시도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