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잘 모르더라도 로마네 콩티(Romanée-Conti)라는 이름은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은 많을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유명하기 때문이죠. 명실상부 부르고뉴 최고의 와인이며, 3,000만 원을 가볍게 넘기는 와인으로 애호가에게는 평생 한 번은 마시고 싶은 로망 와인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번 포스팅에서는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의 로망인 “로마네 콩티”에 대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로마네 콩티란?
로마네 콩티(Romanée-Conti)는 부르고뉴의 본 로마네 마을에 있는 피노 누아 종의 특급 밭(그랑 크뤼)의 이름이며, 그 밭의 포도로 만들어진 레드 와인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밭의 넓이는 불과 1.8ha이며, 동남쪽으로 향한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있으며, 주변에 그랑 크뤼 밭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밭은 복잡한 지층을 가졌으며 토양의 상부는 석회질이 얕게 깔려 있어서 포도의 뿌리는 흙의 깊은 곳까지 뻗어 흙 속의 미네랄과 다양한 요소를 잘 흡수할 수 있습니다. 즉, 로마네 밭은 입지와 토양의 측면에서 모두 포도 재배의 최적인 조건을 충족한 걸출한 포도밭입니다.
본 로마네 마을에 거점을 두고 있는 로마네 꽁띠의 생산자,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ée-Conti, 이하 DRC)는 로마네 콩티의 밭 외에, 본 로마네 마을을 비롯한 인근 마을에 8개의 특급 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각각의 밭에서도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부르고뉴에서는 보통 하나의 포도밭을 복수의 생산자가 분할해서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밭 이름이나 같은 마을 명의 와인을 많은 생산자가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로마네 꽁띠는 DRC만이 소유하는 모노폴(monopole, 단독 소유 밭)이므로, 로마네 콩티라는 이름의 와인은 DRC가 생산한 것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로마네 콩티 탐구
1. 수천 년의 역사
DRC는 1942년 이후 부르고뉴의 명문 드 빌레느(de Vilaine)가문과 르루와(Leroy) 가문이 함께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1974년, 지금도 현역의 오베르 드 빌레느(Aubert de Vilaine)씨와, 저명한 여성 양조가 라루 비즈 르루아(Larue Bise-Leroy) 여사가 각각 공동 운영 대표가 되었지만, 르루아 여사는 1992년에 대표를 사임했습니다. 현재는 르루아 여사의 조카이며, 도멘 프리에르 로크(Domaine Prieure Roque)의 당주이기도 한 앙리 프레드릭 로크 씨와 오베르 씨가 DRC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원래 로마네 콩티의 밭이 있는 근처는 2,000년 전의 로마 시대부터 포도의 재배와 와인 양조가 행해져 온 장소로, 시초부터 최상의 와인을 만들어 온 이 땅에 로마인이 ‘로마네(Romanée)’라고 하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10세기 이후에는 수도원이 밭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로마네 콩티의 평판이 너무 좋기 때문에, 18세기 초에는 루이 14세가 지병의 치료제로서 매일 숟가락 몇 잔의 로마네 꽁띠를 마셔 나왔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 후, 이 밭을 손에 넣으려고 왕후 귀족이 경합한 결과, 1760년에 콩티 공작인 루이 프랑수아 1세(Louis Francois I)가 이 밭을 소유하게 되었고, 이 밭은 ‘로마네 콩티’라고 명명되었습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에 의해 밭은 몰수되어 버렸습니다만, 로마네 콩티라는 이름은 남아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2. 사명감을 가지고 이어온 전통과 명성
지금도 옛날에도, 로마네 콩티를 낳는 비네롱(vigneron, 포도의 재배와 와인의 양조를 행하는 사람의 일)은, 위대한 포도밭에 대한 책무로서 와인을 양조해 왔습니다. 포도밭은 말로 경작했고, 농약이나 제초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유기 재배의 일종인 바이오 다이내믹(biodynamic) 농법으로 포도를 키우고, 매년 주위의 포도밭보다 늦게 손으로 따서 수확합니다. 원래 포도 재배 시에 철저한 수율 제한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확된 포도는 엄격히 분류되어 발효됩니다.
숙성은 100% 트롱셰(Tron ais)의 새 배럴만을 사용하며, 숙성 기간은 빈티지에 따라 다릅니다. 전출이나 여과는 최소한으로만 하며, 와인의 이동도 중력을 이용하고, 결코 펌프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아낌없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진 와인은 떼루아(terroir)의 개성을 피노 누아의 섬세함, 복잡성과 함께 남김없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력하고 뚜렷한 질감이면서 섬세하고 관능적인 맛은 “음료의 영혼을 빨아들인다”고까지 칭해지고 있습니다. 로마네 콩티의 포도밭은 최고의 자연조건을 겸비한 축복받은 떼루아(terroir)이지만, 오늘날의 명성은 오랜 역사 속에서 와인 만들기에 종사해 온 많은 사람의 끊임없는 발전과 노력으로 얻은 것입니다.
3. 와인 페어링
로마네 콩티는 전 세계 부호들의 수요에 못 미치는 낮은 생산량 덕분에 말과 명성은 들어봤지만 직접 맛을 보기는 어려운 와인입니다. 피노 누아 품종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강렬하고 개성 있다기보다는 와이너리의 절제된 수확량과 양조기법을 통해 장기 숙성이 가능한 품격 있는 와인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부르고뉴 와인의 최고봉에 올라가 있는 와인으로 품위 있고 고귀한 귀족적인 풍미가 인상적입니다. 산딸기, 장미, 자몽, 자두, 그리고 우아한 꽃과 향신료의 풍미가 입안에 퍼지는 맛이 일품입니다. 맛의 균형이 정교하며 섬세하고, 중간 정도의 풀 바디, 도도한 인상을 주는 타닌이 숙성될수록 깊으면서도 우아합니다. 안심이나 등심과 같은 소고기 스테이크, 브리 치즈, 그뤼에르 치즈 등과 환상적인 조합을 이룹니다. 와인을 즐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마시는 것보다 좀 더 와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을 때 마시면 더욱 제대로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로마네 콩티(Romanée-Conti)의 가치
로마네 콩티의 생산 개수는 매년 불과 6,000개 전후이기 때문에, 품질도 물론 희소성도 있어 매우 고가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대체로 와인의 금액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전 세계의 수요에 비해 로마네 꽁띠의 생산량은 너무 적습니다. 현재, 오프 빈티지이어도 1개(750ml) 1,000만 원은 가볍게 넘기며, 좋았던 연도의 와인이라면 2,000~3,000만 원으로 거래되곤 합니다. 가장 비싸게 팔린 건 프랑스 품종으로만 양조 된 마지막 빈티지인 1945년 로마네 꽁띠 2병으로, 2018년에 각각 $496,000, $558,000(약 7억 원)에 팔렸습니다. 꾸준히 금액대가 오르고 있어서 앞으로도 값은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와인이 투자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1년에 6,000그루 정도밖에 만들어지지 않은 와인은 물론 소비되면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은 와인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 신흥국의 고급 와인 수요와 인기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로마네 콩티를 시장에서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거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높은 수요 때문에 많은 위조품이 나돌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한 병을 제대로 구입하시려면 신뢰할 수 있는 경로에서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와인 애호가라도 1병에 수천만 원이 넘는 로마네 콩티를 맛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로마네 꽁띠는 더 이상 와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음료의 경지를 넘은 장대한 역사와 프랑스 와인의 상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