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vintage 밀레짐

빈티지(vintage) 또는 밀레짐(millesime)에 대해

오늘은 와인 맛의 비일관성을 초래하는 빈티지(vintage) 또는 밀레짐(millesime)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거의 모든 와인 라벨에는 연도가 적혀있는데, 이것은 포도를 수확한 해로서 영어로는 빈티지(vintage)라고 하고 프랑스어로는 밀레짐(millesime)이라 합니다. 그런데 와인이 아닌 다른 술에 빈티지가 적혀있는 라벨을 보신 적이 있나요? 아마도 없으실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 질문은 ‘왜 와인에만 이런 것이 있을까?’ 그리고 ‘와인의 빈티지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입니다. 이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이 글을 통해 알아보기로 합시다.

빈티지 vintage 밀레짐

와인에만 빈티지가 있는 이유

포도를 수확한 연도를 와인의 빈티지 혹은 밀레짐(millesime)이라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일반적으로 매년 와인은 맛과 질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빈티지를 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해마다 수확하는 포도의 질이 다르다는 데 있으며, 그에 따라 매년 생산되는 와인들도 당연히 똑같을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다른 과실주나 주류와 달리 질과 맛의 비일관성은 와인만이 가지는 특성으로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와인 제조업자는 특정한 연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하며, 소비자도 이를 얻기 위해 높은 금액을 내길 마다하지 않습니다. 여러 연도 또는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블렌딩하는 포트와인이나 샹파뉴와 같이 빈티지나 밀레짐(millesime)이 표시되지 않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와인의 질을 판단하는 주요한 정보입니다.

빈티지

빈티지 와인 탐구

1. 술맛의 일관성

그렇다면 빈티지가 없는 다른 술들은 어떨까요? 위스키(whisky)나 브랜디(brandy) 등의 증류주와 맥주 같은 발효주의 뒷면 라벨에서 유통기한 또는 제조 일자가 표기된 경우를 흔히들 볼 수 있지만, 이것은 와인의 연도 표기와는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이런 종류의 술을 마실 땐 술의 온도 등과 같은 기타 조건과 환경이 동일하다면, 우리는 언제나 같은 술맛을 볼 거라 기대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브랜드의 에일(ale) 맥주나 싱글몰트(single malt)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은 언제나 한결같은 맛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위스키나 브랜디 브랜드들도 오히려 소비자보다 더 집요하게 자신이 생산하는 술의 질과 맛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여깁니다. 각기 다른 연도에 제조된 술의 질과 맛이 미세하게 차이가 날 가능성도 있겠지만, 이런 차이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감식가도 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미비합니다. 그러므로 매년 생산된 술의 품질과 맛이 거의 동일하며, 빈티지를 표시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에 분명하게 맛의 차이가 감지될 정도라면, 이것은 특정한 브랜드의 가치와 매출에 치명타가 되거나 주류의 퀄리티가 획기적으로 향상된 경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날씨와 자연이 맛의 비일관성을 초래한다

그렇다면 같은 밭에서 포도를 수확하는데 매년 포도의 질과 맛이 달라지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대다수 사람은 포도밭이 있는 지역의 날씨와 자연환경을 빈티지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을 것입니다. 일조량과 강우량, 대기 중 습도, 평균 온도 등의 기상요소가 그해에 수확하는 포도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해엔 서리가 내리거나 포도나무가 가뭄이나 더위에 시달릴 수도 있고, 폭설과 한파 등의 이상기후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우박이 포도 덩굴에 있는 포도송이를 모두 파괴하거나, 포도밭이 숨 막히는 산불 연기로 가득 차게 된다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병충해의 정도와 종류도 매년 다릅니다. 더욱이 포도밭 위로 부는 바람과 땅 아래를 흐르는 지하수도 매년 일정하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처럼 포도를 기르는 환경이 매년 변화하기 때문에, 같은 포도밭에서도 생산되는 포도의 맛과 질이 매년 다른 것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3. 인간이 빈티지에 미치는 영향력

옛날에는 포도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자연이었고 포도주 제조업자들의 역할이 아주 미미했습니다. 아무리 제조업자의 재능이 뛰어나도 자연이 최후의 결정권을 가졌습니다. 아직도 그렇습니다만 지난 몇십 년 동안, 포도주 제조업자들이 때때로 날씨의 영향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는 정도로 포도주 제조업이 발전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기후가 훨씬 더 변덕스럽고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기도 합니다. 매년 같은 밭에서 생산되는 포도의 질이 일정하지 않은 것은 여러 자연적 요인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이러한 현상에는 포도 재배자와 와인 양조자의 판단도 큰 몫을 합니다.

포도 재배자는 오랫동안 쌓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밭에 거름과 비료를 주고 가지치기하거나 수확시기, 수확량을 결정하며, 기후 변화가 발생할 때 이에 대응할 것입니다. 양조자도 발효를 위한 효모의 종류와 양을 선택하고 와인이 완성될 때까지 여러 단계의 시기와 방식을 결정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숙련된 재배자와 양조인이라 할지라도 사람이기 때문에 판단이 매년 완벽하게 일관적이고 동일하지 않을 수 있으며, 기계처럼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포도의 재배와 와인의 양조를 주도하는 인간도 매년 와인의 맛과 질을 달라지게 할 수 있는 빠뜨릴 수 없는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빈티지 와인

빈티지가 가지는 가치

빈티지는 고객에게 해당 와인의 수확 연도를 알려줌으로써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하고 유난히 기후가 안 좋았던 특정 연도의 와인을 피하거나 수확이 좋았던 연도를 알려줌으로써 선택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와인 가게에 들어가 한 고객이 주인에게 와인 한 병을 들고 “이거 좋은 빈티지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주인은 먼저 언제 어떤 음식과 마실 것인지, 어떤 용도로 마시는 것인지를 되물을 것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도 이와 같습니다. 상황에 따라 어떤 연도는 좋을 수도 있고 어떤 상황에는 또 안 어울릴 수도 있습니다.

어떤 연도가 유독 선선했다면, 그 해 와인이 더 우아하고 은은하며 절제미가 있을 수 있고, 덥고 뜨거웠던 해라면 와인 맛이 더 외향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한 와인이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전부 마실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와인 평론가들은 일반적으로 수확 후 봄에 딱 한 번 맛을 보고 빈티지를 평가합니다. 그러나 와인의 맛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변합니다. 빈티지의 가치는 본인의 취향과 곁들이는 식사, 분위기, 그리고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고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와인 맛의 비일관성을 초래하는 빈티지(vintage) 또는 밀레짐(millesime)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와인은 단순히 향, 맛, 아로마 외에도 ‘시간’이라는 풍미가 가미될 수 있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이 와인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을 넓히는 데 조금 도움이 되셨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