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살 때 찬찬히 라벨을 읽다 보면 ‘아황산염이 함유되어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라벨에서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이 문구가 와인병에 등장한 건 정부가 경고문구를 라벨에 표기하도록 의무화한 1988년부터입니다. 이 글에선 아황산염(sulfite)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것을 와인에 첨가하는 것인지 살펴보고 이것이 정말로 두통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도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황산염이란?
아황산염(sulfite) 혹은 이산화황(sulfur dioxide)이라고 불리는 이 화합물은 와인뿐만 아니라 말린 과일에도 사용되는 항미생물제입니다. 아황산은 과실주가 산화되거나 갈변반응을 보이지 않게 억제해 주고 박테리아나 기타 미생물에 의해 와인이 상하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의 특징은 휘발성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설령 와인에 첨가물 전혀 넣지 않았다 해도 모든 와인은 아황산을 미량이라도 함유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와인을 숙성시키기 위해서 넣는 효모가 발효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아황산을 생성해 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칠레, 이탈리아, 캘리포니아, 호주 등의 와인을 포함해 전 세계 어느 와인이라도 해당합니다. 그러나 라벨에 경고문구가 표기된 것은 오직 미국 와인이나 호주 와인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아황산염 표기 규정이 법제화되어 있는 미국과 호주뿐이기 때문입니다.
아황산염 탐구
1. 첨가하는 이유
와인은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전 세계 대다수의 와인 제조사는 와인을 만들 때 아황산염을 소량 첨가합니다. 와인 속 미생물 번식을 억제해 주고 지방 성분의 산화를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아황산은 살균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고대부터 현대까지 변함없이 배럴 등의 양조 기구의 살균에 이용하거나, 불결한 향기를 낳는 나쁜 잡균의 번식을 막기 위해서 첨가하는 등, 양조 과정의 세균 관리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와인 한 잔에 아황산이 10mg 정도 들어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이것은 산화나 세균 예방과 살균을 해주기 때문에 와인엔 약과 같은 존재이며 와인 양조와는 끊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부로 너무 사용하면 탈색 작용이 있기 때문에 와인의 색이 엷어지는 등 보존제의 풍미가 강해져 과일 맛이 없어지는 등 단점도 있습니다.
2.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기준치
와인에 함유된 아황산의 약 절반이 다른 성분과 결합하여 무해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인체에 영향을 주는 양은 첨가량보다 적어집니다. 그러나 천식을 가진 사람 중 5% 미만은 아황산염을 미량이라도 섭취하게 되면 천식과 유사한 반응을 보이거나 두드러기, 가려움 등의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냅니다. 물론, 연구에 의하면 이런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이산화황의 함유량이 리터당 300mg 정도로 상당히 높아야 합니다. 이렇게 많은 아황산염을 먹으면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각국은 함유량에 기준치를 법으로 규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미국법에 따르면 와인은 리터당 아황산염을 350mg 이상 함유해서는 안 되며 만일 아황산이 없다는 문구를 와인 라벨에 표기하고 싶다면 해당 와인은 리터당 1mg 미만을 함유해야 합니다.
3. 숙취나 두통이 정말 아황산염 때문일까?
숙취의 가장 괴로운 부분은 다음날 찾아오는 극심한 두통입니다. 하지만 아황산염이 두통의 원인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와인이 이것을 함유하는 유일한 식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황산염은 단무지, 샐러드드레싱, 맥주, 칵테일, 쿠키, 피자 크러스트, 과일잼, 젤리, 피클, 올리브, 과일주스, 새우, 설탕, 코코넛, 어묵 등 엄청나게 다양한 식품과 음료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식품을 먹었을 때 두통이 오지 않았다면 아황산이 숙취나 두통의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이런 두통을 일으키는 걸까요? 아무도 두통의 원인에 대해 확실히 말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몇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체 아민(biogenic amine)이 두통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생체 아민은 발효음식이나 발효음료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히스타민(histamine)과 비슷한 합성 물질입니다. 어쩌면 두통은 단순하게 와인이나 알코올을 마시면서 일어나는 탈수 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기농 와인은 몸에 좋을까?
아무리 말해도, 아무래도 아황산염이 신경이 쓰인다는 분에게는 유기농 재배를 기관으로부터 인정받아 인증된 내추럴 와인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Nature et Progrès나 Demeter와 같은 유기농 재배 인증 기관은 와인 양조 방법까지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며, 보존제 총량도 EU 규정보다 훨씬 낮게 설정하고 있으므로 함유량이 훨씬 적습니다. 또한 2012년에 제정된 EU의 유기농 와인 표기 기준을 충족하는 와인이라면, 레드 와인으로 100mg/L, 화이트 와인으로 150mg/L 이하의 아황산 함유량을 보장하며 그 외 와인에 대해서도 통상 EU 와인보다 25~35% 낮은 기준을 적용해 안심하고 드실 수 있습니다. 현재 세계의 고급 와인 업계에서는 와인의 품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유기농 인증의 유무와 관계없이 아황산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확실하게 수치적인 보장을 원하시는 분은 이런 유기농 인증을 얻고 있는 와인을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와인의 보존제인 아황산염(sulfite)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산화방지제가 사용된 식품은 주변에 넘쳐나지만, 최대한 그런 것을 피하고 싶은 분은 산화방지제 무첨가 와인이나 유기농 와인도 선택사항으로 고려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더욱 유익하고 흥미로운 와인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