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uity 프루티함 과일 향

프루티(fruitiness) 또는 과일 향에 대해

와인을 음미하면서 흔히 ‘프루티하다’고 말합니다. 과일의 풍미가 와인에서 느껴진다는 것인데 포도로만 만든 와인에서 열대과일이나 바닐라, 독특한 향이 나는 것도 참 신기합니다. 이 글에서는 ‘프루티’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 과일 향이 드라이함이나 단맛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fruity 프루티함 과일 향

‘프루티(fruity)하다’가 무슨 말인가요?

와인을 표현할 때 흔히들 프루티(fruity)하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과일 같다(Fruitiness)는 말 그대로 와인에서 잘 익은 과일의 향과 맛이 드러나는 것을 말합니다. 과일 향은 만든 지 몇 년 안 된 와인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오래 성숙한 와인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프루티함으로 유명한 와인은 게뷔르츠트라미너(Gewürztraminer)와 가메이(Gamay)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알자스 지방에서 생산된 화이트 와인인 게뷔르츠트라미네르는 리치(lychee)와 장미 향이 아주 풍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가메이(Gamay, 보졸레(Beaujolais) 지방의 적포도)를 마시면 마치 체리와 복숭아가 가득 담긴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것 같습니다. 프루티함은 흔히 단맛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프루티함이 강한 와인은 드라이할 수도 있고 단맛이 날 수도 있는데, 이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와인의 마무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드라이한 와인과 다르게 달콤한 과일 향 와인은 마지막에 달콤한 느낌으로 포인트를 주며 마무리됩니다.

프루티(fruity)함과 드라이함의 상관관계

1. 드라이함과 달콤함

액체인 와인을 ‘드라이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모순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와인이 ‘드라이하다’는 것은 포도주의 발효 과정에서 알코올로 변환될 수 있는 천연 포도당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와인에 알코올로 변환되지 않은 천연 포도당이 남아 있다면, 그 포도주에는 잔류 설탕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소량의 잔류 설탕은 와인을 디저트 와인처럼 달콤하게 하진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드라이하다고 불리는 캘리포니아 샤도네이(Chardonnays) 와인은 실제로 부드러운 질감을 내기 위해 약간의 잔류 설탕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 샤도네이 와인을 마시면서 자신은 오로지 드라이 와인만 마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사실, 사람들이 식사와 곁들이는 대부분의 와인은 0에서 1.9%의 잔류 설탕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2. 단맛은 와인을 부드럽게 한다.

약간의 설탕이나 단맛은 와인의 강렬한 산미를 완화해 주고 맛의 균형을 잡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스타일의 와인으로는 샴페인, 독일 리슬링(Riesling) 일부, 프랑스 보브레이(Vouvrays)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말 쓴 에스프레소를 떠올려 보세요. 그 쓴 에스프레소에 설탕 1/4 티스푼을 넣는다 해도 에스프레소는 달콤해지진 않습니다. 다만 쓴맛은 어느 정도 완화되겠죠. 따라 산도가 높은 와인에 약간의 잔류 설탕은 와인을 달게 하진 않지만 부드럽게 만들어 주곤 합니다. 와인이 달콤한 와인으로 분류되려면 잔여 설탕이 상당히 많이 함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포트 와인(Port wine)의 경우 약 7%의 잔류 설탕을 가지고 있고, 소테른(Sauternes) 화이트 와인에는 잔류 설탕이 10~15% 정도 됩니다. 많이 단 와인으로는 유명한 독일산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BAs 또는 Trockenbeerenauslese) 화이트와인에는 잔류 설탕이 무려 30%나 됩니다. 스페인의 전설적인 와인인 시메네스(Ximenez) 와인 중 어떤 것은 40%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 드라이 와인이 달콤한 맛이 나는 이유

놀랍게도 아직 드라이, 오프 드라이, 미디엄 드라이, 미디엄 스위트, 세미 스위트 등과 같은 용어에 대한 국제 표준이 없습니다. 어떤 와인 제조업체는 와인이 드라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잔류 설탕이 1% 미만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와인 제조업체는 2% 미만이라고 말합니다. 용어가 엄격하게 정의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주관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콤함을 감지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태생적으로 다릅니다. 또한 당도는 와인의 다른 요소들에 의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산도가 매우 높은 와인은 잔류 설탕을 많이 함유해도 단맛보다는 드라이한 맛이 납니다. 와인에서 익은 망고, 파인애플, 파파야 등의 열대 과일 향을 가진 와인은 잔류 설탕이 없거나 거의 없을 때도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산도가 낮은 와인은 2%의 잔류 설탕밖에 없다고 해도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술은 그 자체로 단맛이 나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은 그 때문에 약간 단맛이 날 수 있습니다.

무한히 퍼지는 와인의 즐거움

와인을 마시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입 안을 감싸는 과일 아로마를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와인 세계에는 100개 이상의 향기가 존재합니다. 향기의 계통을 크게 나누면 과일, 꽃과 나무 등의 식물, 허브, 향신료, 과자, 동물, 미네랄, 기타 불쾌한 냄새로 나눌 수 있습니다. 원재료는 포도뿐인데 딸기와 초콜릿, 계피, 담배, 토스트 등 다양한 향기에 비유되는 것은 참 신비롭고 재미있습니다. 아로마는 프루티(fruitiness) 혹은 과일 향을 말하며, 포도 자체가 가지는 향기나, 발효 중에 태어나는 과실의 향기를 말합니다. 꽃다발은 와인의 숙성에 의해 태어나는 향기로, 숙성 향기를 말합니다.

아로마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포도 본래가 가지고 있는 향기인 ‘제1 아로마’, 양조나 발효가 유래의 ‘제2 아로마’, 숙성하는 것으로 나오는 ‘제3 아로마’라고 합니다. 아로마는 양조 중에 태어나는 향기로 포도 과즙에서 와인이 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과일 향기가 태어나는 것입니다. 와인은 마시면 마실수록 점점 향기를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향기가 나는지 알면, 그다음에는 그 향기가 무엇에서 유래하는지를 찾아보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새로운 발견이 점점 더 와인을 좋아하게 될 것이니 우선 걱정하지 않고 즐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와인의 과일 향 또는 프루티함과 단맛, 드라이함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좋은 술일수록 향도 풍미도 좋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한잔에 200종류 이상의 향기가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와인의 향기를 즐기는 데 이 글이 조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