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레드 와인의 대표적인 포도 품종, 피노 누아(Pinot Noir)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고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원료 포도이며, 세상에서 가장 높은 금액으로 거래되는 부르고뉴의 레드 와인 ‘로마네 콩티(Romanee Conti)’도 이 포도로 만들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세계 각지에서 재배되는 피노 누아(Pinot Noir)에 대해서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피노 누아(Pinot Noir)란?
프랑스 원산으로, 체리, 산딸기, 제비꽃, 야생 고기, 낡은 가죽, 잎사귀 등의 향기가 있는 매우 섬세한 적포도 품종입니다. 신맛이 강하거나 타닌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복합적 향기가 섬세하며 장기보존력이 뛰어난 와인으로 변신합니다. 부르고뉴 심장부인 꼬뜨 도르(Cote d’Or)가 최적의 재배지로 꼽히며, 많은 와인 전문가가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피노 누아(Pinot Noir) 와인을 세계 최고의 레드 와인으로 평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발포성 와인인 샹파뉴(Champagne)를 블렌딩하는 주요 품종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피노 누아(Pinot Noir)는 수천 년 전부터 재배되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품종입니다. 사바냥(Savagnin)과 구애 블랑(Gouais Blanc)과 더불어 적포도 품종의 3대 조상이라고도 합니다. 어느 품종에서 기원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프랑스 북동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Pinot’이란 프랑스어로 ‘소나무’를 의미해, 포도알이 밀집한 모양이 소나무의 솔방울과 같은 형상이 되었기 때문에 피노 누아(Pinot Noir)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피노 누아(Pinot Noir)는 부르고뉴 이외에서는 재배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만, 최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나 뉴질랜드에서의 성공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국제 품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재배가 까다롭고 어렵지만, 토지의 특징이나 제작자의 스타일이 쉽게 반영되기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와인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또, 돌연변이 하기 쉬운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수천 년의 오랜 역사 속에서 피노 블랑(Pinot blanc), 피노 그리(Pinot Gris)라고 하는 품종도 태어났습니다.

피노 누아(Pinot Noir) 탐구
1. 섬세한 만큼 재배하기 까다로운 품종
피노 누아(Pinot Noir)는 기후와 토양 등의 자연적 조건에 극단적으로 민감하여, 재배가 매우 어려운 품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날씨가 더운 곳에서 재배하면, 생육이 지나치게 빨라서 얇은 껍질이 풍부하고 섬세한 향을 지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기후가 서늘한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오리건(Oregon)을 비롯하여 호주와 뉴질랜드의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특징으로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며, 다 자란 잎이 오각형이고, 포도알은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색을 띱니다.
피노 누아(Pinot Noir)는 주로 레드 와인의 원료로 사용되며, 다른 품종과 혼합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밝은 루비색으로 체리와 라즈베리, 제비꽃과 같은 향기, 산도와 과일 맛의 균형 잡힌 신선함이 느껴지는 가벼운 와인이 됩니다. 또, 샴페인을 만들 때는 샤르도네(Chardonnay)나 뮈니에(Meunier)와 블렌드 되는 일도 많아, 생산자에 의해 스타일과 개성이 생기곤 합니다. 이렇게 피노 누아(Pinot Noir)와 뮈니에(Meunier) 등의 붉은 포도만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샴페인을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라고 합니다.
2. 복잡하고 섬세한 맛과 풍미
피노 누아(Pinot Noir)에서 만들어진 레드 와인의 향기는 매실과 체리, 딸기, 라즈베리, 붉은 건포도, 무화과 등 풍부한 과일의 향기에 아울러 양배추와 제비꽃, 버섯, 향신료, 젖은 잎사귀 등의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피노 누아(Pinot Noir)는 단일 품종으로 레드 와인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르도 타입처럼 여러 품종으로 서로의 장단을 보충할 수는 없지만, 단일 품종만의 완성된 아름다움과 존재감이 두드러집니다. 레드 와인을 제외하고는, 프랑스 샴페인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스파클링 와인에 사용되고 있는데, 샤르도네(Chardonnay) 등과 혼합하여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피노 누아(Pinot Noir)는 와인에 골격을 잡아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샴페인에서는 매우 드물지만 단일 품종으로 사용되어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로 표기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무게감이 제대로 된 샴페인이 됩니다. 생육 환경의 차이에 매우 민감하고 크게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최고급부터 일반적인 것까지 와인 품질의 차이가 현저하게 다릅니다. 화려한 향기와 온화한 산도의 가벼운 맛부터 구조 감이 확실한 맛까지 스타일이 다양하며, 알면 알수록 마음을 빼앗겨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 있는 포도입니다.
3. 카베르네 소비뇽과의 차이점
이 두 가지 품종은 외관, 향기, 맛 모두 매우 다른 개성을 가지고, 바로 상반되는 매력을 가진 포도 품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피가 두꺼운 카베르네 소비뇽은 색감이 진한 경향이 있고 향기는 감초나 블랙베리와 같은 검은 과실, 그리고 숲의 침엽수나 삼나무와 같은 향기가 느껴지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맛에 있어서 큰 특징으로는, 떫은맛이 확실히 강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피노 누아(Pinot Noir)의 색조는 맑은 루비색을 띠며, 향기는 색감에서도 연상되듯이 라즈베리 등의 붉은 과실의 뉘앙스, 치밀하지만 얇은 타닌과 풍부하고 신랄한 산미가 특징입니다.
피노 누아(Pinot Noir) 중에는 보통보다 더 길게 성분을 추출시켜 색이 진하고 투명감이 없는 파워풀한 와인도 있긴 하지만, 카베르네 소비뇽 정도의 중후함이나 강렬한 타닌은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무리하게 끌어내려고 하면 포도의 개성을 해치게 되어 향기도 잃어버리고 균형감이 심하게 깨지게 됩니다. 예전에는 타닌이 와인의 수명을 늘려준다는 오해가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독특하면서도 풍부하고 화려한 향기와 복잡한 맛을 해치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균형을 요구하는 생산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생산지
피노 누아(Pinot Noir)는 눅눅한 습기를 싫어합니다. 재배에 적합한 것은 비교적 냉랭한 기후로 배수가 좋고, 두꺼운 석회질의 토양입니다. 더운 기후에서 재배할 경우 복잡한 풍미가 생성되기 전에 과일이 너무 익어 버려 단조로운 맛만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 포도가 가장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장소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황금 언덕이라고 하는 코트 도르(Cote d’Or)입니다. 가을에 언덕이 온통 황색으로 물들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러나 이 품종은 날씨 불안정이나 서리 등의 영향에 따라 품질이 크게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재배가 쉽진 않습니다. 이상적인 기후 조건과 높은 품질로 인해 오랫동안 부르고뉴가 “피노 누아(Pinot Noir)의 성지”로 알려져 왔습니다만, 최근 다른 산지에서도 부르고뉴에 필적하는 품질과 맛의 훌륭한 피노 누아(Pinot Noir)가 다수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재배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 프랑스 부르고뉴(Burgandy) : 프랑스의 동쪽, 중앙보다 북쪽에 위치한 부르고뉴 지방은 피노 누아(Pinot Noir)의 원산지입니다. 코트 도르(Cote d’Or, 황금의 언덕), 꼬뜨 드 뉘(Côte de Nuits)와 그 남쪽의 꼬뜨 드 본(Cote de Beaune)에 남북 방향으로 약 60km가량 펼쳐지는 언덕 지대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바로 마시기 위한 것부터 장기 숙성이 가능한 것까지 다양한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석회암과 진흙 회백토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지층이 겹쳐 복잡하게 조성된 부르고뉴의 토양은, 불과 수 미터 옆의 밭에서도 전혀 성분이 다르고, 개성이 다른 포도가 자란다고 합니다. 그런 다양성이 풍부한 토양으로 만들어지는 피노 누아(Pinot Noir)는 세계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며, 로마네 콩티(Romanee Conti)나 라 타슈, 리슈부르 등의 대표적인 와인은 장기 숙성에도 견딜 수 있는 훌륭한 품질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에서 일 년 내내 따뜻하기 때문에 피노 누아(Pinot Noir)가 성장하기에는 너무 따뜻합니다. 그러나 바다에서 발생하는 안개와 차가운 바람에 의한 냉각 효과가 있는 해안 부근의 매우 한정된 지역에서는 양질의 열매가 재배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태평양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냉랭한 기후를 유지하는 소노마에서는 ‘캘리포니아의 본-로마네 (Vosne-Romanée)라고 불리는 라 크레마(La Crema)를 비롯한 다양한 생산자가 매우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 세계의 포도 재배지 중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독일에서는 피노 누아(Pinot Noir)를 ‘슈페트부르군더(Spatburgunder)’라고 부릅니다. 화이트 와인의 산지 인상이 강합니다만, 실은 최근에는 피노 누아(Pinot Noir)로 만들어지는 고품질의 드라이 레드 와인이 생산되고 있으며, 부르고뉴산에도 견줄 정도로 높은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남단 바덴(Baden)도 최적의 재배지로 유명합니다. 냉랭한 기후 아래서 재배되는 포도는 신맛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균형을 잡아주고 깊이감을 더하기 위해 진하게 추출하곤 합니다. 작은 오크 통에서 숙성을 하는 생산자도 많아, 윤곽의 뚜렷하고 엄격한 맛의 와인이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 뉴질랜드 마틴보로(Martinborough): 뉴질랜드는 북섬과 남섬으로 구별되지만, 남반구에 위치하기 때문에 남쪽이 더 차가운 기후가 됩니다. 피노 누아(Pinot Noir)의 재배는 북섬 중에서도 남부의 마틴보로(Martinborough), 그리고 남섬의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 등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얕은 충적토와 자갈로 이루어진 토양과 건조한 기후에 위치해 아주 탁월한 열매가 자라며, 특히 북섬의 남단에 위치한 마틴보로는 기후와 토양 조건이 부르고뉴와 매우 비슷합니다. 뉴질랜드산은 익은 붉은 과일의 풍부한 과일 맛과 달콤한 향신료 풍미의 개성 강한 스타일의 와인이 세계적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최고급 레드 와인의 원료가 되는 피노 누아(Pinot Noir)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피노 누아(Pinot Noir)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향기로움과 우아한 맛을 지니고 있어 와인 초보자도 가볍게 길 수 있는 레드 와인입니다. 파고들수록 흥미가 생기고, 예상을 벗어나는 감동을 여러 번 주는 것이 이 포도 품종의 특성입니다. 깊이 알기 위해서는 이 포도가 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알고,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구조를 잘 아는 생산자를 선택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더욱 깊이 있고 흥미진진한 와인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