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크 마개와 부쇼네(bouchonn), 리코르킹(recorking)

코르크 마개와 부쇼네(bouchonn), 리코르킹(recorking)

안녕하세요. 오늘은 포도가 아닌 와인 코르크 마개와 부쇼네, 리코르킹에 대해 포스팅을 작성하려고 합니다. 와인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다 보면 코르크 마개가 예뻐서 수집하곤 합니다. 이 마개가 와인에 사용된 건 17세기 샹파뉴 지방 돔페리뇽 샴페인 병마개로 사용하면서 코르크가 와인 병마개로 자리 잡았다고 하는데요. 와인 보관에 전환점을 불러왔지만 아주 큰 단점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럼, 이제 자연이 만들어 낸 코르크 마개가 무엇인지 탐구해 볼까요?

코르크 마개와 부쇼네(bouchonn), 리코르킹(recorking)

코르크(cork) 마개란?

코르크는 유럽 남서부와 아프리카 북서부에 자라는 코르크참나무(Quercus suber 또는cork oak)의 껍질조직입니다. 나무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코르크나무의 껍질만을 벗겨내서 도장처럼 코르크 마개를 뚝딱 찍어내는 방식으로 생산합니다. 코르크가 물이나 공기를 잘 통과시키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중합체(polymer)인 수베린(suberin)이라는 물질 때문입니다. 불침투성, 난연성, 부력과 탄력성이 있는 특별한 세포구조의 특성 때문에, 코르크는 오랫동안 병마개의 소재로 쓰였습니다.

코르크 마개는 한때 로마인들이 사용하였으나,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오랫동안 서서히 잊혔던 것을 17세기에 영국인들이 재발견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도 17세기 중반 이후에야 기름을 먹인 수지 대신에 코르크를 와인 병마개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르크 마개는 통조각으로 만들 수 있으며, 코르크의 작은 알갱이들을 압착하여 만드는 합성 코르크(agglomerated cork) 마개도 주로 중저가의 와인에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성 코르크는 와인을 따다가 부서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 최악인 것은 합성 코르크가 부서지면서 작은 알갱이 조각이 와인에 빠지기 때문에 되도록 통 마개, 유리 마개 등 다른 마개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코르크 마개 탐구

1. 코르크 오염(cork taint), 와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흔하지는 않지만, 마개를 빼서 병을 개봉했을 때 와인에서 불쾌하고 불결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내부에 구멍이 뚫려있거나 세포조직이 치밀하지 않은 코르크 때문인데, 프랑스에서는 이런 와인 또는 이런 현상을 부쇼네(bouchonn  또는 got de bouchon)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마개라는 단어인 부숑(bouchon)의 형용사형으로, 영어의 코르키(corky 또는 corked)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입니다. 전체 와인 중에서 이런 경우는 1,000병에 2~3병 정도라고 하지만, 약한 정도의 오염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2~3%를 차지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현상을 일으키는 몇 가지의 화학적 성분 중에서 트리클로로아니솔(richloroanisole 혹은 TCA)에 의한 오염이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TCA에 오염되면, 와인에서 다른 향은 사라지고 곰팡이 또는 젖은 행주의 냄새, 불쾌한 쉰내 같은 특성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숙성해야 하는 와인은 코르크가 병 내외부의 공기를 미세하게 서로 교류하게 하여 고유의 부케가 생성되도록 작용한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전통적 믿음이 지금까지도 강하게 남아있어서 코르크 마개에 대한 절대적인 선호도는 견고합니다.

2. 부쇼네 와인 대처 방법

혹시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에서 주문한 와인이 오염된 것이라면, 그 와인은 아무 문제 없이 교환 요청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개인이 오랫동안 보관한 와인이 부쇼네(bouchonné)라면, 긴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판매자에게 책임을 묻거나 교환을 요구하기도 조금 어렵습니다. 이런 와인은 아깝다는 마음을 접고 미련 없이 쏟아버리는 것이 옳습니다. 그런데 부쇼네(bouchonné)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와인을 디캔터에 부은 후에 20~30분 정도 두어서 와인이 회복되는 것을 아주 조금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부분 와인의 향과 맛이 원래의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버리기는 아깝기 때문에 요리 와인으로 바꾸어서 스파게티, 온포도주 요리 레시피를 탐구하셔서 와인 활용도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코르크 마개의 대용물들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코르크를 대체하는 합성수지, 크라운 캡(crown cap), 스크루 캡(screw cap)과 유리 마개 등이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코르크가 아닌 대용 마개가 최근에 대중화되어 기존 인식을 변화시키고 사용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마개가 와인의 보관과 숙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합니다. 더욱이 코르크 마개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은 병 내부와 외부 공기의 미세한 교류에 의한 부케의 생성 여부이지만, 이를 규명하거나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떠한 연구 결과도 없습니다.

따라서 진보적 사고를 하는 다수의 와인 생산자는 코르크의 대용 마개가 코르크 오염도 일으키지 않고 생산비용도 절감하는 데 일조한다고 주장합니다. 특별히 호주와 뉴질랜드의 생산자들은 발포성 와인을 포함하여 아주 많은 와인의 마개로 스크루 캡을 사용하는 데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적극적입니다. 그러나 특히 고급 와인의 생산자들 대부분은 지금도 코르크 마개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끔 유리 마개를 채택하는 와인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와인은 거의 로제 와인입니다.

리코르킹(recorking), 영원한 것은 없다

와인을 저장하는 조건이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코르크 마개가 와인을 절대 영원히 보호할 수는 없습니다. 슬프지만 보통 코르크의 수명은 대체로 30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수명을 다한 코르크는 삭아서 더 이상 밀봉의 기능을 지속할 수 없게 되는데, 이처럼 코르크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보존될 수 있는 와인은 프리미엄급 중에서도 매우 희귀하고 특별한 빈티지의 경우입니다. 이런 와인의 보존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손상된 코르크를 교체해야 하는데, 이 까다로운 작업을 리코르킹이라 합니다. 와인을 손상하지 않고 코르크를 교체하는 데는 특별한 기술과 기교가 요구되므로, 이를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와인 생산자나 전문가의 서비스를 받아야 합니다.

와인 코르크의 퀄리티도 와인 숙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와인 문화에 대한 유산을 엿보게 합니다. 이번 글을 통해 와인 코르크 마개와 부쇼네, 리코를 이해하기 위한 작은 걸음마를 한 발짝 띄었습니다. 와인 문화의 경이로움과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여행에 앞으로도 도움이 될 만한 글이 되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