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판델 포도 zinfandel

진판델(Zinfandel), 미국을 상징하는 포도

오늘은 미국을 상징하는 검은 포도, 진판델(Zinfandel)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로제부터 단맛까지 만들 수 있는 만능 포도로, 과일 맛이 풍부한 이 포도는 와인 초보자에게도 인기 있는 품종입니다. 한편, 격식 없는 와인뿐만 아니라 장기간 숙성할 수 있는 고급 와인으로도 제조할 수도 있는 만능 포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에서야 밝혀진 이 품종의 기원부터 품종 특성, 재배지, 즐기는 방법까지 여러 관점에서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진판델 포도 zinfandel

진판델(Zinfandel)의 뿌리를 둘러싼 여행

진판델(Zinfandel)이라고 하면 미국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품종입니다. 1820년대에 오스트리아에서 미국 서부 해안으로 반입되어 골드 러쉬(Gold Rush)가 한창인 가운데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캘리포니아 기후에 훌륭하게 적응하여 1880년대 캘리포니아 최초의 와인 붐이 일었을 때 주 최대 품종으로 눈부시게 번성합니다. 금 광산 노동자(일명 Forty-niners)들은 진판델 레드 와인을 일상에서 주로 마셨습니다. 그 후, 필록세라의 피해나 금주법 등 겹치는 고난에 의해 캘리포니아 와인 업계는 점점 쇠퇴해 갔습니다.

그러나 전쟁 이후에 드디어 부활의 조짐을 보이며 미국에서 와인 소비가 오르자 제일 잘 팔린 것도 실은 이 품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빨강이 아닌 핑크, 그것도 약간 단맛의 로제 와인이었습니다. 화이트 진판델(Zinfandel)은 달콤하고 시원해서 호불호가 없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1980~90년대에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고 전미 매출 No.1 와인으로서 오랜 세월 군림했습니다. 현재는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나온 와인 등 다양한 스타일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지만, 화이트 진판델의 인기도 여전합니다.

진판델(Zinfandel)이 신대륙 미국에서 꽃을 피웠던 맞지만, 그 기원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수수께끼에 싸여 100년 넘게 캘리포니아가 원산지일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2001년에 베일에 싸여 있었던 뿌리가 판명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 UC 데이비스의 유전학자 캐럴 메러디스 박사에 의한 DNA 분석에 의해 크로아티아의 ‘츨레냑 카스텔란스키(Crljenak Kastelanski) (현지에서는 트리비드라그Tribidrag)’와 동일하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 포도가 이탈리아로 건너간 것이 풀리아(Puglia)주 지역 품종인 프리미티보(Primitivo)로, 진판델(Zinfandel)=프리미티보(Primotivo)=츨레냑 카스텔란스키(Crljenak Kastelanski)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진판델(Zinfandel) 포도 탐구

1. 풍미, 향기와 맛

진판델(Zinfandel) 와인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면, 풋풋하게 잘 익은 산딸기의 농후한 향기와 과실의 단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향기와 맛은 성숙도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진판델은 중간 또는 완숙하는 포도 품종이지만, 당분을 축적하기 쉽고 알코올 도수가 16~17도에 이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높은 알코올 도수를 억제하고 우아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포도를 수확하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확 시기의 빠를 경우엔 신선한 딸기 등 매력적인 붉은 과실의 향기가 풍부해지며, 수확이 늦어질수록 익은 과일의 풍미나 건포도 등 농후한 풍미를 나타내게 됩니다.

또한 나파 밸리(Napa Valley)와 같은 차가운 기후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진 진판델(Zinfandel) 와인은 체리와 라즈베리와 같은 풍부한 과일 맛이 가득하고 신맛이 좋은 와인이 됩니다. 추출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껍질은 비교적 얇기 때문에 안토시아닌과 타닌의 함유량은 적은 편이고, 단일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면 색은 희미하고 떫은맛이 나는 어딘지 모르게 은은하고 수수한 와인이 됩니다. 캘리포니아산은 이탈리아산만큼 신맛이 강하지 않으며 나파 밸리 등 한랭한 지역에서 자란 것은 체리나 라즈베리 등 과일 맛이 풍부한 맛이 납니다.

온난한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에서 재배한 것은 산딸기류의 맛에 검은 후추와 정향 등 강한 향신료 향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탈리아 진판델(Zinfandel)인 프리미티보(primitivo)는  3종류가 등록되어 있는데, 모두 캘리포니아의 것보다 조숙하고 곰팡이병에 비교적 강한 경향이 있습니다. 조숙하다고 해도 알코올 도수는 16도를 넘으며 거칠고, 농후한 과일 맛과 벨벳과 같은 묵직함을 가진 제대로 된 ‘태양의 와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양조 방법에 따라 바뀌는 스타일

양조 방법에 따라 진판델(Zinfandel)의 와인은 그 스타일을 크게 바꿉니다. 우선은 단일 품종인가, 블렌딩인가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진판델(Zinfandel)의 순수한 과일 맛이나 매력을 살리고 싶다면 단일 품종 와인이 좋으나, 이럴 경우 숙성의 잠재력이 낮고 복합 미도 부족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 숙성할 수 있는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 강한 떫음과 색을 추가해 줄 쁘띠 시라(Petit Sirah)나 신맛과 떫음을 더해주는 까리냥(Carignan)이라고 하는 강한 검은 포도를 소량 혼합해 부족함을 보완하는 와인 생산자들이 많습니다. 또, 현존하는 고목밭은 이 품종만 심는 것이 아니고 다수의 다른 포도 품종과 함께 재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캘리포니아 최상급 진판델(Zinfandel) 생산자 중 하나인 릿지 빈야드(Ridge Vineyards)의 와인은 진판델(Zinfandel)을 베이스로 하되 다른 포도 품종을 블렌딩하고 있습니다. 포도 품종들을 혼합함으로써 복합적인 맛을 끌어낸다는 것을 선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와인은 숙성하는 방법도 매우 중요합니다.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발효 숙성시켜 신선한 스타일을 만들 수도 있지만, 최상의 고품질 와인은 오크통으로 숙성합니다. 통의 종류나 통을 굽는 정도, 숙성 기간 등에서도 풍미는 크게 바뀌는데, 세계 2대 오크통은 아메리칸 오크와 프렌치 오크를 꼽습니다. 진판델(Zinfandel)은 아메리칸 오크와의 궁합이 좋고, 아메리칸 오크에서 숙성시킬 경우 진판델(Zinfandel)의 매력이 더 돋보이게 숙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메리칸 오크는 락톤(lactone, 코코넛 풍미의 기초가 되는 화합물)을 대량으로 포함하기 때문에, 향기가 더 달콤하고 캘리포니아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난 와인이 됩니다. 프렌치 오크의 경우에는, 아메리칸 오크에 비하면 참나무 향기가 좀 더 온화하게 스며들며 품위 있는 바닐라 풍미도 와인에 더해집니다. 이러한 선택은 와인 메이커가 어떤 스타일을 만들고 싶은지에 달려 있습니다.

3. 주요 산지

현재 진판델(Zinfandel)은 캘리포니아에서 카베르네, 메를로(Merlot)에 이어 적포도 포도로썬 재배 면적이 3위에 해당하며 2019년 기준 약 4.1만 에이커에 달합니다. 한때 시대를 풍미한 화이트 진판델(Zinfandel)의 산지는 저렴하게 대량으로 포도를 만들 수 있는 내륙의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급 산지는 나파 밸리(Napa Valley), 소노마(Sonoma), 베이 지역(Bay Area) 등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품종은 중간보다 조금 더 큰 과립을 가지고 있으며, 과피가 얇고 과립끼리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곰팡이병에 취약한 것이 최대 약점입니다. 한마디로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포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노마의 드라이 크릭 밸리(Cry Creek Valley)는 19세기에 이탈리아계 이민자가 심은 고목이 많이 남아있어, 고품질 산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드라이 크릭 밸리는 안개 없는 고지에 심어 이 품종의 단점을 극하고, 크게 성공한 와이너리입니다. 또, 내륙에 위치한 시에라 풋힐스(Sierra Foothills)나 로다이(Lodi)도 고목으로 이루어진 밭으로 유명합니다.

진판델(Zinfandel)은 미국인의 자랑입니다. ZAP(Zinfandel Advocate & Producers)이라고 하는 보급 단체도 있으며, 이 품종의 연구, 보급, 소비자 교육 등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1992년에 22개의 와이너리에 의해 비영리단체로 출범했고, 현재는 30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가맹을 이루고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 산지로는 이탈리아반도의 남동부, 구두의 발뒤꿈치 부분에 자리한 풀리아(Puglia)주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온난하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와 평지가 많아서 포도 재배가 쉬운 것이 특징입니다. 이탈리아라고 하면 토착 품종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특히 이 풀리아(Puglia)주의 토착 품종의 대표 격이 프리미티보(primitivo)로, 18세기부터 재배되어 왔습니다. 풀리아(Puglia)주 최고의 레드 와인인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Primitivo di Manduria) DOC는 잔당량이 최소 50g/l인 달콤한 레드 와인이며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돌체 나투라레(Primitivo di Manduria Dolce Naturale) DOCG도 이 포도로 만들어집니다.

진판델(Zinfandel) 와인을 선택하는 요령과 즐기는 방법

풋풋하게 덜 익은 열매로도 즐길 수 있는 것이 진판델(Zinfandel)의 큰 매력입니다. 과일의 매끄럽고 청량한 맛은 누구라도 좋아하는 맛이며, 차분하고 장엄한 레드 와인이 익숙하지 않은 분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이 품종이 주는 더 큰 즐거움은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는 점입니다. 달콤한 로제에서 가벼운 레드, 무겁고 강한 레드, 혹은 단맛이 나는 레드 와인까지 다양한 옵션이 있고, 풀 바디의 레드 와인 중에서도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우아한 스타일부터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데일리 와인까지 선택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이 품종의 숙성 가능성입니다. 진판델(Zinfandel)은 갓 생산된 어린 와인 상태에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마셔버리기 십상이지만, 위대한 레드 와인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특히 저수량의 고목밭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숙성 잠재력이 높고, 보조 품종을 혼합한 와인은 고품질일 경우 20~30년은 숙성이 가능합니다. 그중에는 시미(Simi) 와이너리의 진판델(Zinfandel) 1934년과 같이 70년 이상의 수명을 가진 와인도 있다고 합니다. 페어링 측면에서 말하자면, 미국 와인이기 때문에 햄버거와 스테이크, 바비큐 등 미국 고기 요리에 잘 어울립니다. 프루티(Fruity)하면서 떫고 색이 엷으며 격식 없는 느낌이어서 조금 차갑게 식혀서 바비큐 요리와 페어링하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꼭 시도해 보셨으면 하는 조합은 초콜릿을 사용한 디저트와 페어링하는 것입니다. 진한 과일 맛을 가진 풀 바디의 진판델(Zinfandel) 레드 와인은 초콜릿케이크와 완벽한 마리아주를 보여줍니다.

오늘은 격식 없는 와인부터 장기간 숙성이 가능한 고급 레드 와인까지 스타일도 다양한 진판델(Zinfandel)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 품종의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특별한 매력을 확실히 알게 되셨을 거로 생각합니다. 캘리포니아 개척 정신을 가지고 꼭 새로운 매력을 개척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