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와인의 발상지와 고대사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와인이 최초로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느냐는 질문에 확실한 답을 줄 수 있는 고고학적 증거는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태초에 와인이 탄생한 과정에 대해서는 하나의 가설이 있긴 합니다. 아주 옛날 옛적에 사람들이 향기를 풍기는 포도를 따서 큰 그릇에 넣어두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저절로 흘러나온 즙이 발효하여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인간의 생활방식이 유목 생활에서 정착 생활로 바뀌던 신석기시대 말기에 이런 발견이 있었으며, 농경사회가 시작됨과 동시에 와인이 제조가 본격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목차
선사시대의 와인 제조에 관한 고고학적 물증
포도 재배와 와인 제조에 관한 명한 물증은 와인이 최초로 탄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보다 수천 년 이후의 것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고고학적 또는 식물고고학적 유물은 BC 6000년경 남 코카서스 인들의(South Caucasus) 것으로서, 지금의 조지아(Georgia)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고대 조지아인들은 겨울에 포도즙을 커다란 항아리 크베브리(Qvevri)에 담아두면 와인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조지아 국민들은 자기 나라가 와인의 발생지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어서 포도를 발효한 음료와 관련된 또 다른 여러 고고학적 물증이 발견되었는데, 이란에서는 BC 5000년경의 와인 항아리가 발견되었으며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서는 BC 4000년경의 유물이 발굴되었습니다. 그리고 2007년과 2010년 사이에 이루어진 아르메니아(Amenia) 아레니(Areni) 마을에 위치한 아레니-1 동굴에서 BC 4100년경의 와인 생산시설을 발견해 낸 고고학적 대사건이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 와이너리에서는 와인 압착기, 항아리와 발효통, 말라버린 와인, 잔 등이 발견되었으며, 와인용 대표 포도 품종인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의 씨앗과 나뭇가지까지도 발굴되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와인과 관련된 도구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죽 신발도 발견되었습니다. 그 옆에는 고대 무덤들도 발견되어 이곳이 장례식이나 어떤 의식 행위를 하는 곳이었을 거로 추측합니다. 이 유적은 과수원과 포도밭을 관리하는 원예농업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였다.
와인의 발상지와 고대사 탐구
1. 중국이 최초로 와인을 만들었을까
2003년의 한 고고학 보고서에 의하면 BC 7000년경에 고대 중국에서 포도와 쌀을 혼합하여 발효음료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허난성 지아후(Jiahu)의 신석기 유적지에서 발굴된 도기의 파편에 쌀과 꿀 그리고 일반적으로 와인에서 발견되는 주석산과 기타 유기화합물의 흔적이 있었다는 것이 이러한 가설의 근거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 발효음료의 탄생지라고 주장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술을 발효하는 과정에 포도가 아닌 이 지역의 토착 과일인 산사 열매 등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쌀 와인으로 보이는 이 음료가 다른 과일이 아닌 포도를 혼합하여 만들어졌다면, 6,000년 전에 전해 내려온 와인용 품종인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보다 훨씬 더 앞서서 여러 종류의 야생 토착 포도 품종들이 중국에 현재까지도 자생하고 있었어야 합니다만 이에 대한 식물고고학적 근거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2. 고대 수메르 문명과 이집트의 와인
야생 포도는 예로부터 오늘날까지 아르메니아,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동부 지중해와 섬 지역, 터키 해안과 남동부를 비롯하여 이란 북부 등에 자생하고 있습니다. 포도 재배는 BC 3200년경의 초기 청동기시대에 유럽과 인접한 서아시아인 근동(Near East) 지역에서 널리 퍼져있었으며, BC 3000년경에 수메르와 이집트에서도 와인을 만들었다는 증거는 넘쳐납니다. 이집트에서 와인을 생산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그림들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이집트는 지중해 동쪽 지역으로부터 포도 재배 기술을 가져와 나일강 삼각주에서 국가적 차원의 산업으로 발전시켰으며, 가나안(Canaan) 지역과의 무역도 활발했습니다. 이집트 고왕조 Old Kingdom(BC 2686~2181)의 말기의 나일 삼각주에서 생산된 다섯 종류의 와인은 사후세계를 위한 표준적인 준비물 세트의 구성요소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3. 페니키아(Phoenicia)와 그리스
와인의 발상지와 고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페니키아와 그리스 역사입니다. 지중해 동부에서 유입된 와인 양조 기술을 받아들인 고대 페니키아인들은 그들의 광대한 무역조직망을 통하여 지중해 전역에서 와인용 포도의 재배와 와인 양조 기술의 산파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들은 ‘2개의 손잡이’란 뜻을 가진 ‘암포라(amphora)’라는 용기를 사용해 와인을 운송했으며,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퍼뜨린 포도 품종은 이후에 로마와 그리스의 와인산업이 발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 이후 그리스 와인은 명성을 얻고 지중해를 통해 수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리스인들은 고대 이집트에 와인이 최초로 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지금의 이탈리아, 시칠리아, 남부 프랑스와 스페인 등의 수많은 지중해 국가에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 종을 전파하여 와인 양조가 확산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포도주잔은 직경이 현재의 포도주잔보다 훨씬 큰데 당시에는 와인을 물로 희석해 마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고대 로마 시대의 와인
고대 로마 시대에는 포도의 재배와 양조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로마인의 식사에 와인은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고, 와인의 양조는 확실한 사업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사실상 오늘날 서유럽의 대부분 주요 와인생산 지역은 고대 로마 시기에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와인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BC 1세기에 로마인 사이에서 만취와 알코올 중독이 만연하게 되었고, AD 1세기에는 이런 현상이 극에 달했다고 합니다. AD 92년에 도미티아누스 황제(Domitianus Augustus)는 식량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이유를 불문하고 포도밭을 새로 조성하는 것을 금지하고, 모든 포도밭에서 포도나무 절반을 뽑아낼 것을 요구하는 법령을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로마 시대를 지나면서 다양한 포도의 품종과 재배 기술이 개발되었으며, 와인을 보관하고 운반하는 그릇과 기구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더 나아가 고대 로마인들은 오늘날의 원산지 명칭 제도의 체계를 선구적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지역 와인에 대한 훌륭한 명성을 얻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은 드라이하거나 달콤하고 가벼운 스타일 등과 같이 다양한 와인을 제조하였습니다. 로마 시대의 상류계급은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식초로 진주를 녹여 와인에 섞어 마시기도 했습니다. 고대 이집트 최후의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 7세(Cleopatra VI, BC69~30)는 와인으로 목욕하고, 안토니우스(Marcus Antonius)를 유혹하기 위해 매우 진귀하고 값비싼 진주를 녹인 와인을 마셨다고 전해집니다.
이번 글에선 와인의 발상지와 고대사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와인에 깃든 변화무쌍한 문화적 의미들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고대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와인의 역사가 이렇게도 오래되었고 유서 깊다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와인의 역사성과 빚는 데 들어가는 높은 비용과 문명의 수준은 와인이 단순한 술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까지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