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와인의 산도와 행타임(hang time)이 무엇인지 살펴보려 합니다. 산도는 식초처럼 톡 쏘는 신맛을 말하는데 와인의 균형감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와인의 신맛이 강할수록 미생물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어 장기 숙성이 가능하게 됩니다. 즉, 가치가 높은 와인이 될 확률이 높다는 말이 됩니다.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산미는 와인 품질을 가르는 척도가 됩니다.

와인의 산도란?
와인의 신맛은 혀의 측면에서 느낍니다. 즉 신맛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와인을 입에 머금었을 때 혀의 옆면을 의식하면서 음미하면 더 확실하게 신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포도는 자연적으로 다양한 산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타르타르산, 말산, 시트르산 이렇게 3종류의 산도는 포도가 자라면서 자연스레 생성되지만 익어가면서 산미는 낮아지고 당도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당도와 산미 사이 최적의 균형이 이루어졌을 딱 알맞은 시기에 포도를 수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나중에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와인에는 젖산(lactic acid), 아세트산(acetic acid), 낙산(butyric acid), 석신산(succinic acid)과 더 생성됩니다. 그 때문에 온난한 산지에서는 산미의 레벨이 낮고, 포도가 익기 어려운 냉랭한 산지의 와인은, 산미의 레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와인 산도 탐구
1. 행타임, 포도의 당도를 높이는 시간
포도가 매달려서 익어가는 기간을 행타임(hang time)이라고 합니다. 이 행임은 긴 게 좋을까요? 아니면 짧은 게 좋을까요? 포도가 익는 데 보통 120일 정도 걸린다고 가정해 봅시다. 유독 더웠던 해라면 95일 만에도 익을 수 있습니다. 여름이 서늘했던 해라면 130일 정도 걸릴 것입니다. 와인 메이커들은 이 중 어떤 상황을 가장 선호할까요? 다른 조건들이 모두 동일하다면 포도 재배자들은 길고 시원한 성장기를 원합니다. 긴 숙성 시간은 설탕뿐만이 아니라 포도에 있는 모든 성분이 생리적인 성숙에 온전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대로 잘 익은 포도는 당연히 향과 풍미가 우수한 와인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온전한 숙성에 이르기 전에 긴 숙성시간을 보내는 것과 지나치게 오래 매달려 있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즉, 포도가 익는 계절이 따뜻하고 길수록 산도는 떨어지게 됩니다.
2. 박테리아 번식을 막는 산도
마지막으로, 천연 산도가 부족한 와인은 상하기 쉽습니다. 특히 와인은 휘발성 산미(volatile acidity)를 생성해 내곤 하는데 이건 포도의 자연적인 신맛이 아니라 발표 중이나 발효 후에 아세토박터 균(acetobacter bacteria)에 의해 형성된 아세트산입니다. 소량의 휘발성 산은 몸에 해롭거나 그렇진 않으며 사람들 대다수는 거의 맛을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만약 박테리아가 공기와 온기에 노출되어 증식하기 시작한다면 휘발성 산은 와인에서 냄새가 나게 하고 식초처럼 시게 만듭니다. 휘발성 산미가 많은 와인은 실상 식초가 되어가는 중이고 아세트산이 너무 많으면 와인이 상한 거라고 보면 됩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산도가 낮은 와인은 잘 숙성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캘리포니아와 호주의 샤르도네(Chardonnay)는 상당히 낮은 산미 때문에 오래 숙성되지 못합니다. 산은 보존제 역할을 합니다. 사실, 포도가 자연적으로 빠르게 산미를 잃어갈 수밖에 없는 따뜻한 지역의 와이너리에서는 와인 메이커들은 일반적으로 발효 와인에 1리터당 2~3g의 타르타르산(0.2~0.3%)을 첨가하여 산도를 조정합니다. 약간의 신맛을 첨가하는 것만으로도 와인의 맛이 생기있고 선명해집니다.
3. 양조 방법은 산도에 영향을 미친다.
와인의 양조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말하자면, 말로락틱(malolactic) 발효는 산미가 비교적 부드러워지게 합니다. 말로락틱(malolactic) 발효는 와인 속에 포함된 사과산이 유산균의 작용으로 젖산으로 변화하는 발효입니다. 사과산은 푸른 사과를 먹었을 때 혀의 양쪽 안쪽이 굳어지게 하는 뻑뻑한 산미로, 젖산은 요구르트와 같은 부드러운 산미입니다. 같은 산도 함량으로 비교했을 경우, 젖산 쪽이 신맛이 부드럽게 느껴지며, 말로락틱(malolactic) 발효는 복잡하고 풍부한 향을 더해주며 미생물에 의한 변화를 억제해 와인 숙성을 안정시켜 줍니다.
이 말로락틱(malolactic) 발효는 어린 빈티지에서 신선한 맛을 즐기는 화이트 와인에는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뜻한 산지의 화이트 와인은 산도를 최대한 남기기 위해 말로락틱(malolactic) 발효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경우, 신선하고 달콤한 과일 맛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결코 신맛이 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포도 품종 중에서 리슬링(Riesling)은 기본적으로 말로락틱(malolactic) 발효하지 않지만, 통 발효나 통 숙성을 하는 샤르도네(Chardonnay)는 말로락틱(malolactic) 발효합니다.
산도는 균형감이 중요하다.
산도는 와인의 맛이 밋밋하지 않게 해주고 딱 떨어지는 산뜻함과 재미를 더해줍니다. 와인의 신맛이 입맛을 돋워주곤 합니다. 이런 모든 것들 때문에 산미는 화이트 와인뿐만 아니라 레드 와인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입니다. 충분한 산미가 없으면 와인의 맛은 너무 드라이하고, 밋밋해집니다. 산미가 없는 달콤한 와인은 설탕에 절인 듯한 단물같이 느껴집니다. 결국 알맞은 정도의 신맛을 균형감 있게 맞추는 것이 와인의 품질을 가르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와인 전문가는 산도의 맛도 분류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 와인 제조업자들은 강렬하고 거친 신맛, 부드럽고 조화로운 신맛, 그리고 설탕에 절인 듯한 신맛(크리스털 라이트와 같은 시큼하지만 달콤한 맛) 등으로 분류합니다. 산미가 높은 와인으로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리슬링(Riesling), 산지오베제(Sangiovese), 피노 누아(Pinot noir), 네비오로(Nebbiolo) 등이 있고 신맛이 보통인 와인으로는 샤르도네(Chardonnay), 피노 그리(Pinot Gris), 말벡(Malbec),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등이 있습니다. 산미가 낮은 와인으로는 디저트 와인이나 메를로(Merlot), 비오니에(Viognier), 르카치텔리(Rkatsiteli) 등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와인의 산도와 행타임에 대해 정리해 봤습니다. 와인의 산미는 와인 품질과 숙성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신맛이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아야 한다는 게 어려운 부분이죠. 산미가 너무 높은 와인을 굳이 무리해서 드실 필요는 없지만 와인의 신맛을 이해하고 익숙해지면 와인 라이프가 더욱 즐거워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