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로 Merlot

메를로(Merlot), 벨벳의 부드러움을 가진 적포도

메를로(Merlot)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맛과 질감이 굉장히 비슷해서 모르고 마시면 이 둘을 구분해 내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 둘은 모두 같은 아버지, 바로 카베르네 프랑에서 나온 품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머니 품종은 마들렌 누아 데 샤렝테(Magdeleine Noire des Charentes)이고 카베르네 소비뇽의 어머니 품종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지자면 이 둘은 이복형제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를로 Merlot

메를로(Merlot)는 왜 이리 매끄러운 것일까?

메를로(Merlot)의 가장 큰 특징은 벨벳과 같은 부드러운 텍스처입니다. 이 포도는 껍질이 얇아서 물에 불리는 과정에서 나오는 타닌(Tannin)이 적으며 씨가 적은 편이어서 거친 타닌(Tannin)이 거의 없으며 쓴맛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충분한 일조량 아래서 자란 경우에는 환상적인 과일 향이 강하며 허브향이 있지만 마치 한 겹의 층을 씌운 듯 부드럽고 매끈한 질감을 가진 포도로 자라납니다. 또한 이 포도의 타닌 세포 자체가 모양이 둥글둥글하며 크기도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해 작기 때문에 입 안에서 매끄럽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토록 부드럽고 매끈하면서도 복합성을 가진 와인이라는 점이 특별합니다.

메를로 멜롯 merlot
© Austrian Wine / Armin Faber

메를로 포도 품종 탐구

1. 어원과 유래

메를로(Merlot)의 어원은 작은 검은 새를 뜻하는 ‘merlau’라는 프랑스 보르도의 방언에서 나왔습니다. 이 검은 새가 포도를 쪼아먹는 것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 붙여졌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보르도에서 유래했으며 메를로(Merlot)가 보르도의 총 수확량 측면에서는 단연코 1등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로 보르도의 포므롤(Pomerol) 지방과 생테밀리옹(St.Émilion) 지방에서 카베르네 프랑과 블렌딩 되어 생산되고 있습니다. 포므롤(Pomerol)의 도르도뉴(Dordogne)강 근처 진흙은 이 품종이 자라기에 완벽한 성장 환경을 제공해 주며 생테밀리옹(St.Émilion)의 대리석과 진흙이 가득한 토양은 포도가 구조적이고 복합적으로 자라도록 도와줍니다.

2. 맛과 풍미

메를로(Merlot)는 어디서 수확했든지 간에 공통으로 질감이 매끈하고 부드럽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 모금 마시면 입 안에서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구운 체리, 자두, 감초, 다크 초콜릿, 모카의 풍미와 아로마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와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복합적으로 변모하게 되는데 이때 향긋함과 자두, 다크 초콜릿의 풍미가 생기게 됩니다. 이 품종은 대게 3~7년까지 잘 숙성되며 뛰어난 와이너리에서 양조 된 경우 15년 이상도 숙성이 된다고 합니다. 포도가 어느 지역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맛과 풍미도 조금씩 다릅니다. 보르도에서 생산한 포도는 풍성하고 벨벳 같은 부드러움이 특징이며, 토스카나산은 풀바디감이 인상적입니다. 캘리포니아산은 과실 향이 복합적으로 하모니를 이루며, 칠레산은 정제되고 중간 정도의 바디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3. 재배 지역

메를로(Merlot) 품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적포도 품종입니다. 주로 보르도의 포므롤(Pomerol)과 생테밀리옹(St.Émilion) 지방의 오른쪽 둑에서 재배됩니다. 여기서 수확한 메를로는 카베르네 블랑, 카베르네 소비뇽, 말벡(Malbec) 그리고 간혹 쁘디베르도(Petit Verdo)와 블렌딩 되곤 합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중의 하나인 포므롤(Pomerol)에서 생산된 샤토 페트뤼스(Chateau P trus)는 99% 메를로(Merlot) 포도 품종으로 양조한 와인입니다. 그 외에는 미국 워싱턴 주, 칠레, 북부 이탈리아와 같은 세계의 곳곳에서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풍미를 가진 와인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4. 메를로(Merlot)와 카베르네 소비뇽의 차이점

일반적으로 메를로(Merlot)는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둥글고, 투박하고 타닌이 적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카베르네 소비뇽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녹색 담뱃잎, 말린 세이지의 향과 풍미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맞는 말이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이 포도가 암석이 많고 배수가 양호한 산악지형에 심어진다면 여기서 재배된 것은 구조가 탄탄하고, 위엄 있고, 복합적이며 타닌이 높은 포도로 자라게 됩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말입니다. 이와 반대로 이 포도 품종을 적합하지 않은 토양에서 과도하게 많이 수확하게 된다면 맛과 풍미가 지루하고 밍밍하기 그지없게 됩니다.

메를로 페어링 merlot

마시는 방법과 음식 페어링

메를로라는 어감에서도 느껴지듯이 미끄러질 듯한 부드러움이 인상적인 레드 와인 포도 품종입니다. 이 포도는 풍미와 아로마를 잘 느낄 수 있도록 실내 온도보다 아주 살짝 낮은 15~20도의 온도로 서빙되는 것이 좋습니다. 와인 잔은 공기가 잘 유입되어 아로마가 강조되게끔 커다란 크기의 잔이 적합합니다. 이 품종을 넣은 블렌딩 와인에는 피자, 펜네 파스타, 가금류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양고기나, 구운 송아지 요리, 필레미뇽(Fillet Mignon)과도 훌륭하게 페어링하실 수 있습니다. 단일품종 와인의 경우에는 갈비, 라따뚜이(Ratatouille), 구운 칠면조와도 잘 어울리고 흙의 풍미가 나기 때문에 치미추리(chimichurri)를 곁들인 스테이크에도 페어링하실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런 벨벳 같은 질감이 고기의 육즙과 어우러지며 우아한 마무리를 남깁니다.

이번 글이 메를로(Merlot) 품종에 대한 이해를 높여드렸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더 재밌는 와인 포도 품종에 대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