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와 애정을 담아 프랑스인은 루아르(Loire) 지방을 “Jardin de la France(프랑스 정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곳은 프랑스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름다운 땅이기 때문입니다. 파리 몽파르나스에서 TGV로 약 2시간, 투르의 역에서 차로 20분 정도 지나면 루아르강의 기슭에 도착하게 됩니다.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과 부르고뉴 지방이 아닌 이곳의 와인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목차
루아르(Loire) 와인이란?
프랑스 루아르(Loire)강 주변에서 수확된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으로, 이 지역에서는 신선한 상쾌한 화이트 와인을 필두로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루아르강은, 프랑스의 거의 중앙, 센트럴산맥에서부터 대서양까지 흐르는 강으로, 그 거리는 약 1,000km 정도 되는 장대한 강입니다. 그 유역 주변에는 포도밭뿐만 아니라 역사를 느끼게 하는 고성도 많이 늘어서 있습니다. 그 경치 좋은 경관은 관광 명소로도 유명하며, ‘프랑스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레드, 화이트, 로제, 그리고 스파클링까지 폭이 넓으며, 맛도 다양합니다. 매우 광대한 지역이기 때문에 토양의 성질도 다르고 날씨도 달라서 심겨 있는 포도의 품종도 범위가 넓습니다. 고급 와인은 적지만, 루아르 와인은 세계적인 와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급 와인이 아니어도 격식 없게 즐기는 와인이 이 지역을 유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루아르 와인의 특징
보르도나 부르고뉴 지역이 아닌 루아르(Loire)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가볍고 신선한 화이트 와인 생산한다는 점입니다. 부르고뉴의 화이트 와인과 이 지역의 와인을 비교해 봅시다. 부르고뉴의 화이트 와인이라고 하면 샤르도네를 누구라도 떠올리며, 그 맛도 중후하고 드라이한 경향이 있습니다. 한편, 루아르 와인은 ‘딱 이것이다’라고 말할만한 대표 품종이 떠오르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맛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경쾌하고 신선한 것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양한 품종이 존재하면서도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기는 스타일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대표적인 루아르 와인 산지
루아르 지역을 크게 분류해보자면 서쪽부터 무스카테 위주의 페이 낭테(Pay Nantais), 로제가 유명한 앙주(Anjou), 슈낸블랑이 있는 투렌(Touraine), 푸이 퓌메(Pouilly fume)가 있는 상트르 니베르네(Centre Nivernais)와 소비뇽블랑이 유명한 상세르(Sancerre)로 대략 나눠집니다.
1. 페이낭테(Pay Nantais) 지구
세계사를 공부한 적이 있는 분이라면 곧바로 알아차렸을지도 모르지만, 프랑스 서부 낭트(Nantes)시의 유명한 거리가 있는 지구가 바로 페이낭떼(Pay Nantais)입니다. 루아르강 하구 근처의 낭트(Nantes)시는 온화한 기후로, 도시의 주위를 광대한 포도원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쉬르 리(sur lie) 숙성법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제법에 의해 신선한 무스카데(Muscadet) 와인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바다가 가깝기도 하고, 가벼운 타입의 무스카데(Muscadet)는 해산물 플래터나 생굴과의 궁합이 특히나 좋고, 현지에서도 그렇게 즐겨지고 있습니다.
2. 앙주 소뮈르(Anjou Saumur)지구
페이낭떼(Pay Nantais) 지구에서 동쪽으로 향하면 루아르강 중류에 위치한 앙주 소뮈르(Anjou Saumur) 지구가 나옵니다. 달콤한 로제 당주(Rose d’Anjou) 와인는 이 땅의 특산 와인으로 너무도 유명하며,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도 생산되고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은 묵직하고 약간 볼륨감이 있는 것이 많습니다. 이런 화이트 와인을 슈냉 블랑(Chenin Blanc)이라고 하는 품종의 개성을 담아 양조하고 있으며, 제비꽃이나 벌꿀의 뉘앙스를 느끼게 합니다. 레드 와인은 가메이(Gamay)와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이 많이 심겨 있으며, 화이트 와인만큼 훌륭함은 없지만, 적당한 신맛과 타닌을 겸비한 와인은 한 번 시도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화이트와인 양조용 포도 품종으로 앙주(Anjou)라는 이름이 붙은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 거기에 코토 드 소뮈르(coteaux-de-saumur)라는 이름의 레드 와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3. 투렌(Touraine) 지구
앙주 소뮈르(Anjou Saumur) 지구에서 한층 더 동쪽으로 가면 중세의 르네상스 무대가 된 투렌 지구에 도달하게 됩니다. 샹볼(Chambolle)이나 슈농소(Chenonceaux) 등 유명한 샤토가 세워진 것도 이 땅입니다. 투렌 지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년을 보냈던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심어지는 포도는 소뮈로아(Saumurois) 지구와 거의 동일하지만, 기후가 비교적 시원하기 때문에 와인의 맛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 지구의 AOC 중, 앙주(Anjou)보다 약간 선명한 슈냉 블랑(Chenin Blanc)은 부브레(Vouvray)에서, 제비꽃과 같은 뉘앙스의 레드 와인은 시농(Chinon)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이 지역의 레드 와인으로 끓이는 장어 요리에는 시농(Chinon) 레드 와인이 제일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날카로우며 선명한 맛이면서도 단맛도 느껴지는 부브레(Vouvray) 와인에는 타르타르나 오리 요리에 곁들여 드시면 잘 어울립니다.
4. 상트르 니베르네(Centre Nivernais) 지구
오를레앙(Orléans) 지구를 지나면, 루아르강은 방향을 90도 바꾸고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남쪽으로 구부러집니다. 루아르(Loire)강 최상류 지역에 위치한 상트르 니베르네 지구는 상세르(Sancerre)와 푸이-퓌메(Pouilly-Fume)라는 유명한 와인의 2대 산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만들어진 소비뇽 블랑 화이트 와인은 전 세계 소비뇽 블랑 생산자의 벤치마크이며 동경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품위 있는 그린 노트와 감귤류의 뉘앙스가 균형이 잘 잡힌 드라이 와인으로, 상쾌한 향기가 이 지역의 특산품인 염소 치즈와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상세르(Sancerre)에서는 피노 누아 레드 와인도 생산하고 있으며, 부르고뉴의 레드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격식 없는 스타일로 풀어낸 것이 인상적입니다.
맺음말
보르도나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 밭이라면 아무리 까탈스러운 와인 애호라도 맛있다고 할 것입니다. 와인 단독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페어링할 요리가 없어도 시음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루아르(Loire) 와인의 경우에는 좀처럼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면 신맛만 느껴진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무스카데(Muscadet)나, 어쩌면 풀 맛이 강하다고 느껴지는 시농(Chinon) 와인도, 요리와 함께 맛보면 기분 좋은 반전을 일으킵니다. 신맛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무스카데(Muscadet)의 산도가 레몬 대신에 해산물을 맛있게 해주고, 시농(Chinon) 와인의 풀 맛이 마치 산초와 같이 장어 요리의 악센트가 되는 것입니다. 루아르 와인은 푸드 친화적인 와인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요리의 궁합을 생각하는 것은 소믈리에의 일이지만, 만약 레스토랑에서 스스로 와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루아르 와인도 선택지에 꼭 넣어보시길 강력히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