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레드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와인은 여타의 술과는 달리, 분류하는 기준이 매우 다양합니다. 먼저 와인의 색깔에 따라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그리고 로제로 구분하는 법이 있습니다. 레드와인의 붉은 색은 적포도 품종의 껍질로부터 나오는데, 품종에 따라 와인 색깔의 진하고 연함이 각양각색이어서 연한 심홍색(pale garnet)부터 거의 검정에 가까운 짙은 보라색(deep purple)까지 매우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습니다.

목차
레드 와인이란?
레드와인은 껍질의 색이 붉고 진한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말합니다. 실제의 색깔은 전형적으로 어린 와인의 선명한 보라색으로부터 숙성한 와인의 붉은 벽돌색과 아주 오래된 와인에서 볼 수 있는 갈색까지 아주 폭넓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진한 자주색 포도로부터 추출한 주스는 원래 투명한 초록색인데, 식물성 색소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만드는 붉은 색은 포도의 껍질에서 나옵니다. 드물게 땅뛰리에(Teinturier) 같은 품종처럼 예외적으로 과육 자체가 안토시아닌을 많이 함유하여 주스가 붉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레드와인을 제조하는 데는 포도 껍질로부터 색깔과 향을 만드는 요소들을 추출하는 ‘마세라시옹’이라는 독특한 과정이 필요하다.

레드와인용 포도 품종: 국제 품종 vs 지역 품종
레드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알기 전에 먼저 포도 품종에 대해 살펴봅시다. 포도의 품종을 프랑스에서는 세파주(cépage)라 하는데, 세파주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처음 보는 와인이더라도 맛과 향을 짐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레드와인용 품종은 세계적으로 수백 가지에 이르는데, 이 중에는 주요 와인 생산국들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폭넓게 재배되고 있는 품종을 국제 품종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품종으로 꼽히는 것들은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와 피노 누아 등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특정한 국가나 일부 지역에서 재배되는 품종을 지역 품종이라고 합니다. 지역 품종들로 만드는 레드와인도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이러한 지역 품종으로는 그르나슈 누아, 카르메네르, 카베르네 프랑, 네비올로, 템프라니요, 말벡, 무르베드르, 산지오베제, 진판델과 투리가 나시오날 등이 있습니다. 이들 품종은 하나같이 나름의 개성 있는 풍미와 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나 또는 여러 포도의 블렌딩으로 찬란한 레드와인의 세계를 펼칩니다.

레드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렇다면 레드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세세히 살펴볼까요? 양조 과정은 크게 8가지 단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줄기 제거(destemming) 분쇄(crushing)
수확 후에 와이너리에 도착한 포도는 보통 각각의 알갱이, 포도송이 전체, 줄기와 잎이 뒤섞여 있습니다. 발효 단계에 줄기와 잎이 포함되면 와인에 쓴맛이 날 수 있으므로, 줄기 제거의 과정을 통하여 이들을 포도 알갱이로부터 분리합니다. 이후에 포도를 가볍게 분쇄하여 포도의 과육, 껍질과 씨앗이 혼합된 주스를 만드는데, 이 포도액을 ‘머스트must’라고 합니다. 그리고 포도액은 발효를 위해 큰 통에 옮겨지는데, 이 탱크는 스테인리스stainless, 콘크리트 또는 참나무로 만듭니다. 전통적으로 분쇄는 발로 밟아서 포도알을 으깨는 것이었지만, 최근의 현대적 와인 양조 장비 중에서 줄기 제거기(destemmer)와 분쇄기(crusher)를 사용하고 이 장비들은 보통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집니다.
2. 보존제(preservative)와 이스트(yeast)의 첨가
보존제인 이산화황(sulfur dioxide)은 대체로 포도가 와이너리에 도착할 때부터 쓰입니다. 이때 포도의 변질을 막기 위해 첨가하는 양은 포도의 청결함과 신선한 정도에 따라 0으로부터 한계치인 리터당 70mg 사이이며, 주된 목적은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서지만 가끔은 발효를 지연시키기 위한 경우도 있습니다. 머스트(must)가 발효통에 있을 때 알맞은 환경이 조성되면 포도 껍질에 존재하는 효모인 이스트에 의해 자연적으로 알코올 발효가 시작됩니다. 이때, 포도액에 있는 당분이 이산화탄소와 열을 발생시키며 알코올로 바뀝니다. 그러나 많은 와인 양조업자는 특별히 엄선한 이스트를 첨가하여 더 세밀하게 발효의 진행을 조절하는 방법을 선호합니다. 이러한 와인용 이스트들은 수백 가지가 넘기 때문에, 많은 와인 양조업자는 품종과 와인 스타일에 따라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이스트를 취향에 맞게 선택합니다.
3. 마세라시옹(maceration)
발효통 속에서 머스트가 발효하는 과정에서 고체와 액체의 분리가 일어나서, 포도 껍질 등의 덩어리인 ‘마르mare’가 형성되어 표면 위로 떠오릅니다. 레드와인의 색깔과 타닌(tannin) 등의 향과 풍미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추출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해서 인위적인 방법으로 덩어리와 액체의 접촉을 집중적으로 극대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마세라시옹(maceration)’이라 합니다. 레드와인을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고유한 과정입니다. 이것은 여러 방법으로 이루어지는데, 발효통의 바닥에서 액체를 퍼 올려서 떠 있는 덩어리 위에 뿌리거나 인력이나 자동기계를 이용하여 덩어리를 반복적으로 아래로 밀어 넣기도 합니다. 또는 덩어리를 물리적 힘을 가하여 액체상의 표면 아래에 잠긴 상태로 두거나, 발효통에서 액체를 완전히 배출하여 마르를 다른 통에 옮기고 그 위에 배출했던 액체를 뿌리는 방법 등이 사용됩니다.
4. 알코올 발효(alcohol fermentation)
와인 양조자는 보통 하루에 한두 차례 발효 중인 포도액에서 잔류당, 알코올의 밀도, 온도를 점검합니다. 발효의 과정에서 꽤 높은 열이 발생하는데, 온도를 조절하지 않아서 40°C를 초과하면 와인의 풍미와 향을 해치거나 이스트가 죽기 때문입니다. 와인 양조자들이 발효의 이상적인 온도에 대해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인 25~28°C는 바로 마시기 위한 과일향이 풍부한 레드와인에 적합하고, 장기 숙성이 필요한 타닌이 풍부한 와인은 높은 온도인 28~35°C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포도액에서 발효가 진행됨에 따라 당분이 알코올로 변하므로, 당분의 밀도는 매일매일 감소하고 알코올의 밀도는 점점 증가하게 됩니다.
5. 주스 추출하기
레드와인을 만들 때는 발효과정의 마지막에 압착이 이루어집니다. 포도 알갱이에 있는 약 60~70%의 주스는 자연적으로 흘러나오거나 분쇄의 과정에서 추출되므로 압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압착을 통해서 추출되는 나머지 30~40%는 압력과 포도 분쇄의 정도에 따라서 자연적으로 추출되는 주스보다 산도(pH)가 더 높고 페놀류(phenolics)도 더 많아서, 와인에 떫고 쓴 맛을 더해줍니다. 그러므로 와인 양조자는 자연 추출 주스(free-run juice)와 압착 주스(pressed juice)를 따로 관리하는데, 보다 완전하고 균형 잡힌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이들을 각각 별도의 와인으로 만들거나 일정한 비율로 혼합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와인은 85~90%의 자연 추출 주스와 10~15%의 압착 주스를 혼합하여 만들지만, 최고급 와인들은 압착 주스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자연 추출 주스로만 만들기도 합니다.
6. 젖산발효(malolactic fermentation, MLF)
당분이 알코올로 변환되는 알코올 발효를 1차 발효라고도 하는데, 이 1차 발효 이후에 와인의 발효통 또는 병 속에서 두 번째 미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것을 젖산 발효라고 하는데, 포도 주스에 자연적으로 함유되어 있는 사과산이라고도 하는 말산(malic acid)이 박테리아의 작용에 의해 유산이라고도 하는 젖산lactic acid으로 바뀌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서 이것은 발효가 아닌 화학적 변환이어서, 말산변환(malolactic conversion)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현상이 와이너리 안에 있는 말산 박테리아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박테리아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젖산발효가 완료되면 보통 죽은 이스트 세포와 기타 고형물 찌꺼기를 와인에서 분리하고, 보존제인 이산화황을 첨가하여 산화와 오염을 방지합니다.
7. 숙성하기(aging)
대부분의 레드와인은 병입에 앞서서 일정한 기간 숙성하는데, 숙성의 기간은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와 같이 며칠에서 보르도의 레드와인과 같이 18개월 또는 그 이상인 경우도 있습니다. 숙성은 스테인리스와 콘크리트 탱크 또는 크거나 작은 오크통(oak barrel)에서 진행됩니다. 이 중에 오크통 숙성하는 기간과 크기에 따라서 와인에 특유한 향과 풍미를 주는데, 작거나 새로운 통은 크거나 오래된 통보다 이런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납니다. 최근에는 오크 나무토막이나 티백을 발효조에 넣어서 오크통 숙성의 효과를 얻는 방법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크통 속의 숙성이 와인의 풍미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대체로 품종과 기대하는 와인의 스타일에 따라 오크통 숙성 여부를 결정합니다.
8. 여과(filtration) 및 병입(bottling)
레드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 마지막은 바로 여과와 병입입니다. 대부분의 와인은 병입의 단계에 앞서서 여과하지만, 일부의 양조업자들은 여과하지 않는 것을 마케팅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여과는 와인을 완전히 맑게 만들려고 이스트의 세포와 박테리아를 걸러내는 과정인데, 이것들이 남아있으면 병 속의 와인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레드와인은 보통 외부의 빛을 차단하기 위해 진한 색깔의 유리병에 채운 뒤에 코르크 마개로 막지만, 최근에는 스크류 마개, 크라운 캡, 또는 플라스틱 마개도 종종 쓰입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격식 없는 와인 문화가 퍼짐에 따라, 유리병을 대신하여 알루미늄 캔, 테트라팩(tetra-pack)과 플라스틱병을 와인 용기로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레드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 품종 등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레드 와인은 수천 년 전부터 만들어져 왔지만, 포도가 와인으로 변하는 발효의 신비가 풀린 것은 불과 170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레드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지역이나 제조자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커다란 틀은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